정부, 대기업 지주 CVC 소유 허용...재계 "환영"vs시민단체 "금산분리 위배"

지주회사가 지분 100% 보유한 완전자회사로만 설립해야
총수 지분 소유한 회사·계열사 투자 금지 제한
펀드조성시 외부자금은 40%만 조달 가능

김사선 기자 승인 2020.07.31 09:57 | 최종 수정 2020.07.31 10:05 의견 0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토요경제=김사선 기자] 정부는 대기업그룹의 일반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펀드 조성시 외부자금은 40%까지만 조달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SK와 LG, 롯데 등 대기업의 지주회사들이 CVC를 보유해 벤처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재계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환영한 반면 시민단체는 금산분리 원칙 위배라며 반발했다.

특히 시민단체는 정부가 대기업 CVC 허용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됐다며 재벌 대기업의 벤처 생태계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3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발표했다.

CVC는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을 의미한다. 현재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이아 신투사)등이 CVC에 해당되며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한다.

현재 일반지주회사는 금산분리원칙에 따라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는 타인자본을 통한 지배력 확대, 금융기관의 사(私)금고화, 금융·산업간 시스템 리스크의 전이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대기업이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금산분리원칙 완화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한 조건 아래 이를 허용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는 연내 공정거래법 개정하기로 했다.

이에 정부는 CVC의 타인자본 활용을 제한하기 위해 일반지주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 형태로만 CV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지분 일부만 가진 자회사나 손자회사 등의 형태로는 설립할 수 없도록 했다. 기존 벤처캐피탈 형태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 혹은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유형으로 설립이 가능하다.

CVC 차입규모는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했다. 이는 기존 창투사(1000%), 신기사(900%)보다 축소된 것이다. 또 펀드를 조성할 때 외부자금은 조성액의 40% 범위 안에서만 조달할 수 있다.

또 펀드 조성시 총수일가,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로부터의 출자는 금지한다. 아울러 총수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에는 투자할 수 없으며 CVC는 원칙적으로 '투자' 업무만 가능하고 다른 금융업무를 영위하면 안 된다.

해외투자는 CVC총자산의 20%까지만 가능하다. 설립 형태별 소관법령에 따른 투자의무를 동일하게 적용한다.

일반 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출자자 현황과 투자내역, 자금대차관계, 특수관계인 거래관계 등을 공정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공정위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로부터 각종 행위제한과 요건, 투자의무 등에 대한 조사·감독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번 CVC확대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풍부해진 시중의 유동성이 벤처투자로 흘러 들어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주요 선진국은 대기업의 CVC 소유를 허용하고 있으며 실제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는 우버 등 다수의 투자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등 CVC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대기업 자금의 벤처투자 확대, 회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벤처투자 선순환 생태계 구축, 우리 경제의 혁신성·역동성 강화를 위해 오랜 논의를 거쳐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소유 추진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 허용을 입법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와 재계의 입장은 엇갈렸다. 시민단체는 대기업 금산분리 원칙 위배 및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라며 반발한 반면 재계는 정부의 제한적 허용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다.

재계는 정부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에 환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경제계는 그간 엄격하게 금지되던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한 이번 정책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전경련은 "정책의 취지가 어려움에 놓여있는 벤처기업의 생존과 미래지향적 벤처창업에 도움을 주려는 것인데, CVC가 제한적으로 허용됨으로써 당초 기대했던 정책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CVC를 지주회사의 완전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게 한 점, CVC의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한 점, 펀드 조성시 외부자금을 40%로 제한한 점은 정책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CVC 설립의 자율성 확대, 부채비율 상향, 펀드의 외부자금 비중 확대 등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일반 지주회사 CVC 허용에 대해 금산분칙 위배 및 대기업에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고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CVC개정안 추진에 대한 논평에서 일반 지주회사의 CVC소유는 금산분리 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투자자금 중 외부자금의 비율을 최대 40%로 허용한 점을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현재 30대 재벌 대기업의 사내보유금이 950조원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CVC의 투자펀딩에 외부자금을 허용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일반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했지만 CVC의 부채비율을 자기자본의 200%까지 허용한 것 또한 타인의 자금으로 재벌의 경제력 강화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 시 재벌 대기업이 타인자금을 동원해 경제적 독점 강화에 활용하는 것을 막고, 재벌 대기업의 벤처생태계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동안 총수 일가 지분 보유 기업 및 계열회사 투자 금지 등 역시 그동안 재벌 총수들이 저지른 각종 편법·위법 사례에서 보듯 얼마든지 우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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