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 이재용 부회장 그룹 지배력에 미칠 파장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지분 취득 시 지주사 체제 전환도 걸림돌
“이 기회에 지배구조 고리 끊어야”

신유림 기자 승인 2020.08.25 17:59 의견 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신유림 기자)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통과가 예상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생명법은 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박용진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것으로 기존 보험업법이 적용하는 보험사의 타사 주식 보유 한도 3%의 산정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타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하되 주식 취득 원가로 계산한다. 삼성생명법은 이를 취득 원가가 아닌 현시가로 계산하도록 변경하는 것이다. 
 
만일 이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9%대로 급등한다. 1980년 취득 원가는 약 5000억원, 주당 1072원이었다. 

현재 삼성생명 총자산이 약 310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조원의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삼성화재 역시 약 3조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법이 그룹 전반에 미칠 파장은 무척 크다. 삼성물산의 지분을 활용해 삼성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삼성물산 지분은 이 부회장이 17.48%, 총수 일가와 재단이 14.12%를 보유 중이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61%를 갖고 있다. 또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갖고 있다.
 
이에 삼성물산엔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선 삼성생명이 보유한 주식을 매입해야 하지만 당장 20조원이 넘는 자금확보가 쉽지 않다. 

일각에선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23조원)을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선 이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다 해도 문제는 또 남는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삼성물산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자회사인 삼성전자 주식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약 15%를 더 확보해야 하는데 이 비용을 모두 합치면 50조원이 넘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모두 팔아도 턱없이 부족하다.

시장에서는 결국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할 거라는 기대로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배당문제 때문이다. 

만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 처분으로 20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되면 배당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더구나 삼성생명은 배당성향에서 2916년 10.5%에서 지난해 48.7%로 크게 높이는 추세여서 주주들이 갖는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삼성물산 역시 삼성전자 지분 6.8%를 취득하게 되면 지난 2월 발표한 배당정책에 따라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배당금(연간배당률 3%) 중 60~70%를 주주들에게 재배당하게 된다. 

특히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으로 기업 가치에 상당한 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런 기대와 달리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를 비판하며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 일가가 자신들의 돈이 아닌 삼성생명 가입자들이 맡긴 돈으로 그룹 지배력을 유지해 왔지만 법 개정으로 이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에 묶어뒀던 자금을 다른 우량 투자처로 운영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어 주주와 고객에겐 더욱 이익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언론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면 엄청 큰일이 날 것처럼 보도하지만 이는 대기업 눈치보기에 불과할 뿐”이라며 “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장기간 엄청난 차익을 보면서도 매각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도 “윗선에서 결정할 문제라 파악이 힘들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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