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정진선 시인 승인 2020.09.14 15:10 | 최종 수정 2020.09.14 16:24 의견 0

바 람

정진선

헬멧을 쓴 이가

휘익 지나쳐

쏜살같다

 

내 얼굴까지 스치는

뜨거운 바람은

파동에너지로 가득 차고

 

오토바이 올라타다

마주친 눈빛

 

사랑하는 누군가와

지켜야 하는 무엇이 박혀 있다

 

바이러스로 어두운 시대에

Mar-vell처럼

강렬하게 저항하는 전사를 본다

 

그래

지금을 이기는 것

모두가 이루어야 하는

바람이려니

 

지루한 장마 가운데 습한 공기의 퇴근길. 많은 것들을 무료함 속에 밀어 놓았다. 맥없이 전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전부터 가끔 보던 하늘 본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제는 쳐다보는 것도 답답하다. 이렇게 많은 이가 동시에 절망이란 것을 느낀 적이 글쎄요 월드컵 4강전에서 탈락할 때나 있었을까?

그렇게 가는 나를 앞질러 확 뛰어 가는 퀵 서비스 직원은 깜짝스럽지만 전사처럼 보였다. 지금 이겨야 할 상황을 위해 한번 싸워 보자고 앞장서 내달리는 캡틴. 대항군 대장이다.

바람이야 이 바람 저 바람 있겠지만, 그래도 잘 해결되길 바라는 바람이 제일 좋다. 희망 속에 있어서 편해져 좋다. 이제 가을이 올 텐데 어찌해도 그래도 올 것인데 어두운 마음에 밝은 빛 틈이 열리는 기분이다. 아주 쪼금.

내 마음에 대추알만한 가을 햇살이 내려 앉는다.

 

시인 정진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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