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에 발 묶인 화웨이…삼성·SK하이닉스 위기 속 기회 잡을까

15일부터 추가 제재 발효…특별허가 가능성↓
대량 재고 ‘버티기’…제재 장기화 시 ‘존망 갈림길’
삼성·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파장…“장기적으론 기회일수도”

김동현 기자 승인 2020.09.15 12:09 의견 0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동현 기자]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본격 발효된 가운데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15일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반도체 부품을 새로 사지 못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들도 이날부터 화웨이와 거래를 사실상 중단한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 상무부의 공고에 따르면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세계의 전 반도체 기업은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미국 정부의 승인 가능성이 불투명해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가 거의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앞으로 반도체 부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벌일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다. 

앞서 지난해 5월 화웨이를 대상으로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는 이후 지속 수위가 높아졌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자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각종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퀄컴 등 미국 업체들에서 반도체 부품을 살 수 없게 됐다. 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도 정식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유럽 등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이어 지난 5월에는 화웨이가 독자 설계한 반도체 칩을 대만 TSMC에 맡겨 생산하는 ‘우회로’가 막혔고 이날부터는 사실상 세계의 모든 반도체 구매 길이 막혔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최대한 비축된 재고 부품으로 버틴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일부 부품 재고가 떨어지면서 화웨이가 더는 새 제품을 만들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에도 계속 지금과 같은 전례 없는 고강도 제재가 계속된다면 화웨이는 존망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세계 통신장비·스마트폰 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아울러 화웨이 제재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실제 국내 반도체 수출액 중 대 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 41.1%에 이른다. 이 기간 반도체 총 수출액 547억4000만 달러 가운데 224억8900만 달러가 중국으로 향했다.

다음으로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홍콩이다. 이 기간 113억7500만달러가 수출돼 수출 비중 20.8%를 차지했다. 홍콩 수출 물량 가운데는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물량도 포함된다. 중국으로 향하는 국내 반도체 수출량이 실제 통계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업계는 수출 금지 조치가 1년간 이어질 경우 연간 10조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국내 전체 반도체 수출량이 939억3000만달러(약 112조)임을 고려할 때 비중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단기적인 수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매출액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2%(약 7조3700억원), 11.4%(약 3조원)로 추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조심스레 나온다. 화웨이의 입지 축소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외 타 분야에서의 반사 이익도 기대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매출 중 10% 이상을 화웨이가 차지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시장 등 반도체 외의 분야에서 화웨이의 부진에 따른 점유율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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