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또’ 추락 ···이번에도 안전장치 없어 '안전불감증 도마'

노조 “다단계 하청이라 안전관리 안 되는 것”
사측 “사고 원인 밝히고 재발 방지에 최선 다할 것”

신유림 기자 승인 2020.09.15 12:05 | 최종 수정 2020.09.15 13:11 의견 0

지난 6월 2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LNG운반선 화물창에서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왼쪽 세번째)과 이상균 사장(왼쪽 첫번째)이 안전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잇따른 산업재해로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또다시 안전장치 없는 환경에서 근무도중 추락했다. 지난 2월 추락 사고와 마찬가지로 안전그물망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현대중공업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15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울산조선소에서 근무하던 러시아 국적의 현대중공업 1차 하청업체 노동자 A(32)씨는 7미터 높이의 LNG 선박 작업현장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다.

A씨는 사고 직후 울산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머리와 폐등을 심하게 다쳐 위중한 상태다.

김형균 현대중공업 노조실장은 “A씨는 응급실에 있으나 머리와 폐 등에 다발성 골절을 입은 상태로 수면치료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사실상 회복이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안전장치 부재로 인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추락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하청 노동자가 15미터 높이의 작업현장에서 안전그물망 없이 근무하다 추락해 숨진 바 있다. 

이에 지난 6월 2일에는 한영석, 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이 ‘안전 최우선’ 경영 실천 의지를 다지며 현장 점검에 나선바 있다. 

이날 한 사장과 이 사장은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17만4천㎥급 LNG 운반선에 올라 작업 현장을 둘러보며 안전 위험요소 유무,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고 개선을 지시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해 무용지물이 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이번에도 안전그물망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다단계 하청이라 안전관리가 안 되는 것”이라며 “정규직이든 하청이든 안정장치는 다 설치해야 하는데 정규직은 그런 것 없으면 일 안하고 노동조합에 신고하며 하청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런 것을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반복되는 추락 사고에도 왜 안전장치 설치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어 지금은 세부적인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사는 노동부 등 관련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사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현대중공업의 다짐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매번 사고가 발생하면 되풀이하는 앵무새 답변이라는 것.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 5명의 노동자가 추락사, 질식사, 압사 등 산재사고로 숨졌다. 모두 안전부주의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였다.

지난 2월 추락사고에 이어 4월에는 2건의 끼임사고가 발생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5월 16일에도 유압 작동문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이어 21일에는 가스질식 사망사고로 또 한 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나머지 1명은 지난 3월 당직 중 익사체로 발견됐다.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급기야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이 공식 사과한데 이어 조선사업부문 대표를 전격 경질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권 회장은 "잇따른 현대중공업의 중대재해로 인해 지역사회는 물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면서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 만큼, 앞으로 모든 계열사가 안전을 최우선가치로 삼는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난 5월 25일 조선사업부문 대표를 맡고 있던 하수 부사장을 연이은 사망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후임에는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이 선임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산재사고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알맹이 없는 대책발표로 여론의 뭇매를 피하려는 꼼수보다는 산재 발생을 막기 위한 진정성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토요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