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두타' 팔았지만 재무 안정화까지는 '첩첩산중'

매각에 따른 사업 축소로 영업이익 가변성 확대
두산중공업, 사업 기반 약화 전망···장기적 관점의 재무 개선도 의문

신유림 기자 승인 2020.09.23 17:53 | 최종 수정 2020.09.24 10:10 의견 0

(사진=신유림 기자)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타워까지 매각하면서 3조원 규모 자구안 이행 마무리에 다다르고 있지만 사업경쟁력 회복과 영업실적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재무구조 개선이 반감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4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사측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시 중구 소재 두산타워 빌딩을 8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처분 예정 일자는 오는 28일이다.

이로써 두산은 담보와 세금 등을 제외하고 약 2000억원을 손에 쥘 전망이다.

이달 초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에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알짜 계열사인 두산솔루스와 유압기기 사업부인 모트롤을 매각하고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도 5740억원 규모의 사재출연을 결정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7월 두산중공업 골프장 클럽인 클럽모우CC 매각하고 지난달에는 네오플럭스 지분 96.77%를 신한금융지주에 730억원에 매각했다. 

이번 두산타워 매각 자금까지 포함해 두산이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유동성 규모는 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도 매각할 방침이다. 오는 28일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에 대한 예비 입찰을 실시한다. 업계에선 매각 가격을 1조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까지 마무리하면 두산그룹 구조조정도 사실상 끝나는 셈이지만 두산그룹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사업매각에 따른 리스크와 지배구조 상위에 위치한 두산중공업의 사업기반 약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산의 재무안정성은 재무구조 개선 이후에도 부채비율 262.4%, 차입금의존도 39.9%(리스부채 1500억원 가정) 등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또 실적 저하로 올 상반기 61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는 7232억원이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사업경쟁력 회복과 영업실적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사업포트폴리오 약화, 손익 및 현금흐름의 불안정성 확대, 높은 상환부담으로 재무구조 개선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매각에 따른 사업 축소로 영업이익 가변성 확대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판매증가, 두산밥캣 실적호조, 두산 사업실적 개선 등으로 수년간 영업수익성이 개선됐다. 하지만 계열사의 대규모 비경상손실 발생으로 당기순이익은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등 손익구조 안정성은 낮다. 또 과도한 금융비용도 부담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침체, 고수익 원전사업 축소, 코로나19, 국내외 건설기계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영업실적 개선 가능성은 낮다. 내년부터는 사업매각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효과도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등으로 차입금이 대폭 증가했다. 2015년 말 9068억원이었던 차입금은 올 상반기 1조8594억원으로 확대됐다.

또한 두산은 분기배당제도 도입으로 배당지출이 큰 반면 주요 배당원천 자회사의 실적부진, 흡수합병 등으로 배당수입은 감소했다. 

아울러 신사업 관련 지출이 상당한 가운데 자산매입, 유상증자참여, 신주인수권부사채인수 등 계열지원도 발생했다.

두산의 사업은 실질적으로 전자(동박·전지박 및 OLED 등 분사 제품 제외), 산업차량, 디지털이노베이션 등 3개 사업부문으로 축소됐다. 

디지털이노베이션은 계열사 관련 IT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계열사 축소에 따라 외형이 감소해 두산 사업안정성의 기반인 사업포트폴리오가 약화된다. 

한기평은 “사업포트폴리오 약화, 영업이익 가변성 확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자금유출 등을 고려할 경우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상당부문 상쇄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두산중공업의 사업 기반 약화

중간 지주사인 두산중공업의 부진은 곧 두산그룹의 리스크다.

두산중공업의 화력발전 신규 수주는 급감하고 있다. 코로나19, 친환경 에너지 정책 기조 등을 감안할 때 수요환경 개선 지연에 따른 실적 위축이 예상된다. 석탄화력과 원자력발전 매출은 2015년 대비 각각 30%, 60% 감소했다. 

고수익 원전프로젝트인 신고리 5·6호기의 공정률도 70% 수준이다. 2021년 전후 원전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실적은 보다 저하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 해외원전 프로젝트 수주 강화, 원자력 해체 사업 진출, ESS사업 확대, 풍력발전 사업 본격화, 가스터빈 개발 등 다양한 대응책을 제시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다.

두산중공업은 2025년까지 해상풍력설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2026년부터는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매출 3조원을 계획하고 있다. 

원전 프로젝트 매출이 2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기 매출 계획 달성 시 원전프로젝트 부재를 만회할 수 있으나 올해부터 2024년까지 기존 주력사업의 실적저하를 메꿀 방안이 없다. 

또한 국내시장이 활성화 되면 글로벌 업체의 국내시장 진출도 가속화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완공된 풍력발전 설비는 모두 글로벌 기업이 맡았다. 

가스터빈의 경우에도 GE·Siemens·Mitsubishi 등 상위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90% 수준에 달하며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다. 국내 150여기 가스터빈 중 두산중공업이 공급한 가스터빈은 10여개에 불과하다.

두산중공업은 한국서부발전이 건설하는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가스터빈을 공급하고 2022년 준공 후 약 2년간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재생 사업의 성장은 느리며 신사업이 원전 프로젝트 같은 수익성을 보일지는 불확실하다. 

풍력발전은 연간 2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감당하기 어렵고 가스터빈의 본격적 상업화에는 실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결론이다.

한기평은 “가스터빈이든 풍력이든, 선진 기술 확보로 제품 및 원가경쟁력을 제고하고 생산설비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장기적 관점의 재무 개선도 의문

사업기반 회복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불확실성도 높다면 회복에 필요한 기간을 견딜 수 있는 자금조달과 재무지표 개선이 필요하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로 1조3000억원(실권 수수료 발생 미감안, 클럽모우CC 제외 시)이 유입되며, 두산퓨얼셀 지분 증여(5744억원, 변동 가능)에 따른 재무지표개선효과가 나타난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47.9%, 34.1%로 개선된다. 실권주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차입금도 1조4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다.

정태적 분석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효과는 크지만 향후 실적 재무제표가 조정 후 재무지표수준을 보일지는 의문이다. 당기순손실에 의한 자본유실과 투자자금 소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반기에만 806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부진한 영업실적, 과중한 금융비용 및 자본적 지출을 감안하면 현금흐름 적자로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1~2년 내 소실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조정 후 차입금도 여전히 큰 편으로 실적이 부진한 두산중공업에는 부담되는 수준이다.

금융비용은 소폭 감소되지만 자본적 지출은 신사업을 위한 설비투자를 감안하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법인과 관련해 상반기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행했으며 하반기에도 1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잉여현금흐름에 지분투자도 고려하면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5000억원 수준의 현금흐름(ICF) 적자가 지속됐다. 

두산퓨얼셀 무상증여로 재무지표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고착화된 비경상손실 발생을 감안하면 지표 개선효과도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2018년 두산건설지분에 대한 6387억원의 주식손상차손을 인식했고 여기에 DPSI(인도법인) 주식손상차손 735억원이 더해지면서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계상했다.

지난해에는 루마니아 IMGB법인 관련 손실(약 1100억원), 클럽모우CC 관련손실(약 750억원), 통상임금 소송패소(약 300억원), S.C. Doosan IMGB S.A(1063억원)와 두산건설(612억원)의 자산손상차손 등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DPSI(인도법인) 주식손상차손(2434억원), DPSI관련 미수금 대손(640억원), 두산건설 투자주식 손상(1408억원) 등이 발생했다.

올 상반기 별도기준 두산중공업의 영업손실은 1309억원이지만, 해외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영업적자는 346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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