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택배기사 사망사고 ‘올해만 8건’…노동자 처우 개선은 언제쯤?

대책위 "CJ대한통운, 유족에게 사과하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즉각 마련해야"

김시우 기자 승인 2020.10.12 17:21 의견 0
12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서울 노원구 을지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한 택배기사 김씨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택배기사가 배송 업무를 하던 중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사고는 올해만 8건에 달한다. 이에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12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과로사 대책위)와 시민단체는 숨진 김모(48) 씨가 안치된 서울 노원구 을지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과로사 대책위 측은 “정부와 택배업계가 발표한 추석기간 분류작업 인력투입 약속은 보여주기 쇼, 국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았다”며 “CJ대한통운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정부와 택배업계, 노동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마련을 촉구하면서 이날부터 2주간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고 김씨를 추모하는 기간을 가질 방침이라고 밝혔다.

토요일 배송 중단엔 4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택배기사의 약 10%인 43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향후 비조합원 등 참여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 업무를 하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인 김씨가 갑자기 호흡 곤란을 호소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는 약 20년 경력의 택배기사로,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하며 하루 평균 400여개의 택배를 배송했다고 택배연대노조는 설명했다.

노조는 “평소 지병이 없었던 김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은 과로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추석을 앞두고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택배 분류작업 인력을 충원하기로 한 정부와 업계의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꼬집었다. 노조 관계자는는 “김씨가 일하던 터미널에도 추석 기간 분류작업 인력은 단 한 명도 투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택배연대노조와 과로사대책위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여러 차례 호소했다. 이에 정부와 택배업계는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택배 분류작업에 2067명 등 하루 평균 1만여명의 추가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CJ대한통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1~29일 서브터미널 259곳에 투입한 인력은 하루 659명이다. 이들은 분류작업과는 무관한 상하차 작업을 주로 했다.

숨진 김씨는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택배기사는 현재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특수고용직 14개 직종에 포함되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은 보험료 부담을 기피하는 사업주의 요구에 따른 경우가 많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주을)은 고용노동부 제출 자료 분석 결과, 지난 7월 기준 CJ대한통운 입직자 중 64.1%(3149명)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CJ대한통운을 제외한 택배업체들의 평균인 58.9%를 웃도는 수치다.

노조는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 8명 중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라며 “정부와 택배 업계는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날 기자회견 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현재 고인의 사안과 관련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택배 등과 같은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주요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여전히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12일 특수고용직노동자(특고)들의 가입을 포함한 전국민 산재 보험제를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필수노동자 테스크 포스(TF) 출범회의를 열고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한 1차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필수노동자 지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각 부처는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놓여 있는 필수노동자들에 대해 각별히 신경쓰고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우선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쇼핑 강화로 물동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오는 12월까지 택배 노동자 노동시간·휴게, 건강검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내년 2월 택배종사자 과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토요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