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명의 발견

김자혜 기자 승인 2020.10.16 13:46 의견 0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최근 국내 야구를 심심치 않게 보고 있는 필자는 항상 야구 경기를 볼 때마다 야구선수들의 이름을 유심히 본다. 이름을 바꿔버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개명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 선수다. 그는 2008년 손광민에서 손아섭으로 개명했는데 그가 스타 선수가 된 탓인지 같은 팀에 개명한 선수가 7명이나 더 있다. 롯데뿐 아니라, 구단별 1명 이상 있다. 개명한 야구선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들이 개명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한 개명은 물론이고 안 좋은 루머를 세탁하기 위한 개명도 보인다. 그 효과를 입증할 수는 없겠으나 나은 미래를 위해 개명 정도야 얼마든지 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금융권에서도 개명한 사례가 나왔다. 야구처럼 관계자의 개명은 아니고 명칭을 대신 바꿔 쓰는 사례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12일‘보험상품’이라는 명칭을 ‘보험서비스’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용어 변경의 사유는 보험업의 본질과 ‘상품’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험업은 계약을 체결하고도 지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상품은 일회성 재화 공급에 적합하니 이를 서비스로 바꾸겠다는 설명이다. 이번 용어변경으로 롯데손보는 보험청약서, 약관, 보험증권 등 보험가입자에 넘어가는 문서와 외부기관 대관문서, 내부조직 명칭까지 보험서비스로 명칭을 변경하게 됐다.

롯데손보의 이러한 개명 시도 는 중장기적으로 적합한 타이밍에 결정됐다고 보인다. 산업에 밀려들어 오는 디지털 변화가 금융권까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보험시장은 이미 인슈어테크(insure tehc,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CB인사이트는 인슈어테크 기업 투자 규모가 2012년 347백만 달러에서 2018년 3953백만 달러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는 159%나 성장한 수치다.

국내에서는 굿리치 같은 보험 비교 앱이나 당근 손해보험 같은 미니보험 비대면 취급 사가 나오고 있으나, 웨어러블 기기와 보험을 접목하거나 SNS로 보험주기를 관리하는 글로벌 기업만큼은 아직 영역을 확대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 시점에 롯데손해보험이 보험 상품을 보험서비스로 바꿔 부르겠다는 것은 앞으로 본격적인 서비스 확대를 해보겠다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때 ‘꼰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기성세대의 구태의연한 모습이나 변화에 난색을 보이는 모습을 꼬집는 말이다.

그 다음은 ‘라떼는 말이야’다. 이 역시 기성세대가 과거의 추억이나 기억을 반복해서 말하는 습관을 두고 풍자하는 표현이다. 다만 꼰대보다는 좀 더 친숙한 모습이다.

기성세대를 칭하는 표현이 꼰대에서 라떼로 변화하는 것에서 크지 않지만 작은 변화가 읽힌다. 기성세대가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설명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어 뵌다.

금융권은 은행, 보험, 증권 등 ‘기존’이라고 불리는 금융기업들이 새로운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꼰대, 라떼처럼 ‘기존’의 생각을 장애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이라는 무기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에 유연한 대처를 해나가길 응원한다.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과 판단은 결코 새로운 가치에 쉽게 녹아버릴 만큼 그 가치가 가벼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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