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량 레미콘’, 수도권 아파트에 집중···이번엔 명단 공개할까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수년째 반복

신유림 기자 승인 2020.11.12 07:46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 뱅크)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수도권 일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또다시 불량 레미콘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레미콘 업체들은 건설현장 관리자에게 매달 상납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레미콘 업체와 건설사, 아파트명 등을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명단공개를 꺼려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레미콘 업체 14곳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량 레미콘을 아파트 건설현장 등에 납품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레미콘 업체 임원 2명을 구속하고 건설사 관리자 등 40명을 검찰에 넘겼다.

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경기도 고양·파주·의정부시와 서울 종로·마포·강서구 등 442개 건설현장에 불량 레미콘이 사용됐다.

사용된 양은 레미콘 20만 대로 아파트 200동을 지을 수 있는 분량이다.

레미콘 회사 측은 현장관리자들에게 매달 수십만 원을 건네고 이 같은 일을 벌였다.

이들은 레미콘 배합 프로그램 개발사와 짜고 규격보다 시멘트와 자갈 비율을 줄이고 값싼 혼화제를 넣었다.

건설사의 콘크리트 강도 검사 때는 바꿔치기한 정상적 시료를 제출해 통과했다.

또 현장 품질관리자에겐 품질 하자를 눈감아 달라며 뇌물을 제공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레미콘의 슬럼프나 염화물을 테스트하고 몰드를 제작해 압축강도를 측정하게 돼 있고 감리자는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며 현장에서는 시방배합과 현장배합을 비교해야 한다”며 “모두가 한통속이 아니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레미콘 회사들이 취한 부당이득은 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 레미콘 사용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성신양회가 불량 레미콘을 납품해 역시 9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16년부터 2018년에 걸쳐 성신양회로부터 납품받은 불량 레미콘을 사용한 건설사는 현대·대림·GS·대우·포스코·삼성물산 등 국내 대형 업체들이었고 지어진 아파트도 상당했다.

하지만 성신양회 측에 처분된 벌금은 2000만 원에 불과했고 관련자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솜방망이 처벌이 또다시 이 같은 불법을 초래한 셈이다.

당시에도 아파트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국토교통부의 미온적 태도와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의 반대로 공개가 이뤄지진 않았다.

심지어 아파트 주민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까지 있었다.

입주민의 불안을 초래하고 부동산 가격 폭락을 우려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경우에 따라 명단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경찰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부 등과 이달 말까지 현장에 공급된 실제 레미콘 배합비율에 따라 여러 개의 시료를 제작해 강도를 측정할 계획이다.

이 측정에서 레미콘 강도가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해당 현장을 대상으로 2차 강도 측정을 한다.

2차 측정에서도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해당 현장은 보수작업을 시행하게 된다.

입주민들의 재산 가치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입주민은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

당국이 명단공개를 선제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단공개와 함께 불법을 저지른 업체와 관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900억 부당이득에 벌금 2000만 원이면 업체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다시는 업계에 발들 들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이번 기회에 과연 정부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토요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