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말의 눈

정진선 시인 승인 2020.11.16 16:17 | 최종 수정 2020.11.16 16:18 의견 0

말의 눈

태양을 그리워하여

포도주색으로 빛나는

눈으로

달려야 하는 운명을 보듬는다

벌판은 가까이에 있지만

살아감이

익숙한 순간들에 적응되어

뒤돌아 보지 못한다

수줍어하던 눈

존재처럼 사랑을 투사시킨다

우연한 기회에 승마체험을 할 기회가 있었다. 말은 자주 접하기 어려운 동물이다. 그래서 일단 경이롭고 한편으론 좀 무섭다. 기마민족의 후예였건만 어찌 이리 되었는지 내 자신이 좀 실망스럽다.
국내에 있는 승마용 말은 대부분 경주용 말이었단다. 3~5년 정도 경주용 말로 뛰다가 퇴역해서는 별도의 훈련을 거쳐 승마용 말로 제2의 생을 산단다. 대신 인간을 등에 태워야 한다. 안전하게란 조건도 붙는다. 벌판을 달리는 걸 포기하고 받은 게 인간의 보살핌이란다. 그래서 수명도 길어지고
처음 보는 사람이란 게 두려워 방향을 돌릴 정도로 순한 동물이란다. 하긴 초식동물이니 왜 아니겠는가.
나의 욕심은 말과 같이 달리는 것이었다. 갈기 휘날리며 박차를 가하니 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상상만 해도 좋다.

말은 어느 날보다도 힘든 하루를 보냈으리.

시인 정진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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