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조조의 매화열매

김영린 승인 2020.11.19 05:42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삼국지’의 조조(曹操)가 장수(張繡)를 공격하기 위해 군사들을 이끌고 남양으로 출발했다. 서기 195년이었다.

군사들은 강행군으로 지쳐서 허덕이고 있었다. 벌써 사흘이나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었다.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자 조조가 앞을 가리키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내가 예전에 이곳을 지났던 적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매화나무 숲(梅林·매림)이 나온다. 거기까지만 참고 가자. 물이 없더라도 매화열매로 목을 축일 수는 있을 것이다.”

군사들은 조조의 말을 듣고 시큼한 매화열매를 떠올렸다.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갈증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덕분에 군사들은 전진할 수 있었다.

‘망매해갈(望梅解渴)’의 고사다. 매화열매인 매실을 떠올리며 갈증을 푼다는 얘기다. 조조는 이런 식으로 군사들의 목마름을 해소해줬다. 중국의 어떤 지방에서는 지금도 조조의 이름을 따서 매실을 ‘조공(曹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의 속이 타고 있다. 일자리 때문에 야단이다.

그러나 정부의 해결책은 ‘망매해갈’이다. ‘몇 년 후’에는 일자리가 ‘왕창’ 쏟아질 테니, 갈증을 참고 기다려보라는 식이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일자리 190만 개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일자리는 2022년까지 80만 개, 2025년까지 190만 개다. 당장 일자리가 없어서 속을 태우는 국민에게는 ‘한참 미래’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경제자유구역 2.0 2030 비전과 전략’도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10년 동안 경제자유구역에 6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서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10년 후 일자리’였다.

18일에는 ‘바이오헬스 산업 사업화 촉진 및 기술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을 발표하고 있었다. 이 전략도 2023년까지 10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이행되면 일자리 9300개다.

1조4000억 원을 들여 3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섬유패션산업 한국판 뉴딜 실행 전략’도 있었다. 이 전략 역시 2026년까지라고 했다.

집값과 전셋값이 치솟고 있지만 부동산정책도 대충 ‘먼 미래’다.

정부가 공급하겠다는 ‘지분적립형 주택’이 그렇다. 토지와 건물 지분의 20∼25%만 먼저 취득하면 주택을 분양받아 입주할 수 있다는 주택이다. 입주한 뒤 장기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적립식으로 사면 주택의 완전한 소유권을 가지게 된다는 주택이다.

집값의 4분의 1만 있어도 일단 입주하고 나머지 대금은 천천히 분납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집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반값 아파트’보다도 훨씬 싸게 공급되는 아파트다.

그렇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 ‘지분적립형 주택’을 2023년부터 분양할 예정이라고 했다. 분양이 2023년이면 입주는 더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홍 부총리는 국회 종합감사에서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 대책을 다 검토해봤으나 뾰족한 단기 대책이 별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호텔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내놓겠다는 희한한 아이디어까지 동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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