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탈화석연료 시대, 좌초위기산업의 미래>···정유 부문③ 에쓰오일

신유림 기자 승인 2020.11.19 13:14 의견 0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 (자료=에쓰오일)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본격적인 ‘그린뉴딜’ 시대를 맞아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는 글로벌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은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는 아쉽게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친환경정책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어서 전 세계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잣대가 탄소배출량과 저감 목표 등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낡은 산업 구조를 가진 제조업은 이른바 ‘좌초산업’ 군에 속해 국제적 보이콧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대표적으로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시멘트 등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데다 같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외국보다 1.5배의 에너지를 사용할 만큼 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라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정유산업은 온실가스의 최대 주범인 화석연료와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서 대표적인 좌초 위기 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정유·화학 분야는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전체의 약 30%나 차지한다.

이에 석유사들은 최근 석유·가스 생산량을 감축하는 등 탄소 배출 절감에 노력하고 있으나 석유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청정에너지로 급히 사업 방향을 돌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임은 틀림없다.

에쓰오일-“석유에서 화학으로”

■ 과거

에쓰오일(대표 후세인 알 카타니)의 출발은 1976년 쌍용양회와 이란 국영 석유회사 NIOC의 합작투자로 설립된 한국이란석유다. 이후 이란 자본이 빠지면서 1980년 쌍용정유로 탈바꿈했다.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참여하면서 아람코 35%, 쌍용그룹 28.4% 지분으로 공동 경영을 시작했다.

1999년 쌍용그룹 구조조정 당시 쌍용그룹 지분을 쌍용정유가 자사주 형태로 매입해 계열 분리한 뒤 2000년 에쓰오일로 거듭났다.

2007년에는 쌍용그룹 지분 28.4%를 한진그룹에 매각해 아람코 자회사 AOC와 한진그룹이 공동 경영했으나 2015년 한진그룹이 보유 주식 전량을 AOC에 매각해 아람코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 현재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악당’의 오명을 썼다. 지난해 배출한 온실가스는 960만 톤으로 전국 배출량 7억여 톤의 1.4%에 달한다. GS칼텍스 805만 톤, SK에너지 725만 톤, 현대오일뱅크 713만 톤 등과 큰 차이다.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에쓰오일 매출액은 24조4000억 원으로 SK에너지 32조4422억 원, GS칼텍스 33조2615억 원에 이어 업계 3위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경쟁사 대비 20%를 웃돈다. 하지만 미래 탄소배출량을 현재 수준보다 대폭 줄이는 전략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에쓰오일은 고배당 정책으로 유명하다. 2010년 이후 2014년을 제외하곤 매년 50~60%의 고배당성향을 보여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2018~19년에 배당률을 절반가량 낮춘 데 이어 올해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영업실적 부진과 재무건전성 악화에 업황마저 좋지 않아 장기적 전망도 좋지 않다. 특히 에쓰오일은 정유사업 비중이 80%에 달해 정제마진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3분기에는 매출액 3조8992억 원, 영업손실 93억 원, 당기순이익 30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7.5% 줄었고, 적자 전환했다.

정유 부문은 항공유를 포함한 중간유분 제품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3분기에도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매출액 2조9910억 원, 영업손실 576억 원을 나타냈다.

부채비율 또한 2015년 100.3%에서 지난해 151.4%로 4년 사이 51.1%포인트나 올랐다. 리스크가 큰 정유사업 비중을 낮추기 위해 석유화학 사업으로 전환을 꾀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영향이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공단에 하루 66만9000배럴의 원유정제시설과 석유화학제품, 윤활기유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중질유 분해탈황시설(BCC), 단일공장 세계 최대규모의 PX 생산시설인 자일렌센터를 보유 중이다.

잔사유 고도화시설. (자료=에쓰오일)

■ 미래

에쓰오일은 에너지·화학 사업 변동성 심화 속에 석유화학 분야에서 대규모 신규 시설투자를 단행하는 역발상으로 지속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시설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증대, 에너지 비용 절감 등 수익성 향상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에쓰오일은 5조 원을 들여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 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RUC & ODC)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지난해 6월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어 2024년까지 7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다.

첨단 복합석유화학시설 건설을 통해 ‘석유에서 화학으로(Oil to Chemical)’ 혁신적 전환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후세인 알 카타니 대표는 지난해 취임사에서 “RUC/ODC 이후 새로운 성장 엔진인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창사 이래 최대의 프로젝트인 RUC & ODC를 가동함으로써 벙커-C, 아스팔트 등 중질유 제품 비중을 12%에서 4%대로 낮춘 반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했다.

특히 저유황 석유제품의 수요 증가를 대비한 첨단 잔사유 탈황시설 가동으로 고유황 중질유 비중을 70% 이상 낮춤으로써 수익성과 운영 안정성을 향상했다.

최근에는 중질유수첨탈황 공정개선을 통해 고유황 벙커-C를 저유황 선박 연료유로 전환해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 활용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RUC/ODC 프로젝트를 잇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6월 사우디아람코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2단계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과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한 TC2C(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 기술의 도입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TS&D Center 전경. (자료=에쓰오일)

2단계 프로젝트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50만 톤 규모의 에틸렌과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에쓰오일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센터의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품의 품질 향상과 생산시설 고도화를 위해 자체 연구개발과 더불어 국내 대학·연구기관과 공동 연구개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제품 부산물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술,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방향족 화학제품) 전환 기술, 고효율 친환경 연료유 개발 등을 통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에쓰오일은 올 초 전기차 보급 증가를 예상한 선제적 대응으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량용 윤활유 4종을 개발했다. 또 전기차에 필수적인 배터리 쿨링 플루이드 등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첨가제 제조사들과 협업해 전기차용 윤활유를 개발, 이후 국내외 완성차 업체와 공동 연구, 제품 상업화와 추가 제품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개발도상국에 정수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체인 ‘글로리엔텍 (대표 박순호)’에 투자해 방글라데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연간 1만3000톤의 탄소배출권을 확보, 계획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전사 탄소 경영 시스템 구축으로 온실가스를 관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 울산공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년 대비 약 6%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또 “2018년에는 울산공장 보일러에 사용되는 연료를 벙커-C에서 LNG로 교체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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