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전동킥보드 개정안

김효조 기자 승인 2020.11.20 18:59 | 최종 수정 2020.11.20 19:11 의견 0

[토요경제=김효조 기자] 전동킥보드가 인기다. 차를 타자니 너무 가깝고 걷자니 먼 ‘애매한’ 거리를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다. 서울 강남과 대학가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는 10곳이 넘는다. 인기에 이용자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렇게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전동킥보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고 발생률이 높은데다 사망사고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7년 340건에서 지난해 722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46건이 접수됐다. 3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사고 발생률은 높아지는데, 전동킥보드 사용가능 연령대는 더 낮아진다. 다음 달 10일부터 중학생은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는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의 운행 제한 연령은 만 16세에서 만 13세로 낮아지고, 면허도 딸 필요가 없다.

이처럼 전동킥보드의 청소년의 무면허 이용이 가능해진 것은 전동킥보드가 자동차 관리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는 전기용품과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

청소년의 사고위험 증가가 불 보듯 훤해지자 여론 악화를 의식한 국회는 뒤늦은 여론 식히기에 나섰다. 법안 통과 반년도 안 된 시점에서 전동 킥보드 이용 요건을 다시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천준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동 킥보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이용은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 가능하도록 했다.

또 최고속도도 시속 25㎞에서 시속 20㎞로 제한하고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범칙금을 부과한다.

국회가 서두르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한 탓에 보험업계만 혼란이 가중될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6개월 만에 새로 나오는 개정안 통과 가능성을 예상해 전동킥보드 사고 보장금액부터 범위까지 새로 손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처음 전동킥보드 관련 법안을 만들 때 대상의 성질과 예상 가능한 문제를 크게 고려 않고 법을 통과시켰다.

전동킥보드의 청소년 무면허 사용 개정안이 시행을 앞둔 마당에 법안을 다시 짜는 국회의 모습은 ‘만들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을 드러내 보여준다.

전동킥보드 상용화 이전부터 고민하고 합리적인 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사고가 난무하는 이 시점에 아직도 어설픈 개정안을 내놓는 모습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다름없다. 언제까지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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