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유리가 던진 파장 '비혼 출산'‧‧‧지금부터 시작이다

최성필 승인 2020.11.24 11:01 | 최종 수정 2020.11.24 13:10 의견 0

[토요경제=최성필 국장] 2008년 방송인 허수경은 '비혼'인 상태에서 정자 기증을 통해 시험관 아기를 출산했다. KBS 2TV 인간극장에서는 시험관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한 허수경의 선택, 그 이유, 싱글맘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편견 등에 대해 다뤘다.

당시 허수경의 비혼 출산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다. 불임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후 '비혼모' 신분으로 아기를 출산한 허수경을 따뜻하게 감싸는 시선과 '비혼모'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는 날선 입장이 대립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허수경의 비혼 출산은 빠르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2020년 일본계 방송인 사유리의 비혼 출산이 다시 국내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유리가 최근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하고 자발적 미혼모가 된 사실을 공개해서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출산을 통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것에 대한 공론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비혼 출산'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유리가 결혼을 하지 않고도 여성이 엄마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비혼 동거와 비혼 출산 등 대안적 가족 형태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사유리와 같이 미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방식이 불법은 아니다. "임신을 위한 체외수정 시술 시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反對給付)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하거나 알선해서는 안 된다"는 생명윤리법 조항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비혼자의 출산은 가능하다.

이에 반해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내부 윤리규정으로 인공수정을 미혼 여성에게 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어서다. 또 정자 기증을 통한 인공수정에서 여성이 원하는 정자를 선택토록 할 경우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우생학적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빠르게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삶의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비혼 출산도 가까운 시기에 그중의 하나가 될 전망이다. 종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등장에 대비할 법과 제도 등의 정비가 필요해 지는 이유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5월 전국 만 13세 이상 약 3만8000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국민 10명중 3명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질문에 지난 2012년 22%, 2016년은 24%였다. 하지만 올해 31%로 매년 비혼 출산에 공감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도 가족 구성의 권리와 사회적 권리 차원에서 비혼 출산을 고민해 볼 때가 왔다.

비혼모 가정을 수용할 사회·경제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임신과 출산 양육의 과정에서 동일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률적‧제도적 준비는 필요하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제도개선 공론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사실상 현재의 가족제도, 우리나라의 낮은 인식과 법과 제도, 정책에서 나아가 한국 사회에 총체적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공존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하고 이에 대한 논의 진지하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논의는 시작 되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한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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