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멈춰선 서민경제···“손님들 웃음소리가 그립다”

신유림 기자 승인 2020.11.25 14:56 | 최종 수정 2020.11.25 14:55 의견 0

이른 시간에도 상가는 문을 닫았고 도로를 다니는 차도, 행인 한 명 없어 마치 유령도시를 보는듯하다. (자료=신유림 기자)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저녁 10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상가마다 불은 꺼졌고 다니는 차도, 행인 한 명도 없다. 당장이라도 좀비 떼가 뛰쳐나올 것만 같은 이곳은 24일 찾은 경기도 안산시의 어느 상가 거리다.

이 거리에서 불을 밝힌 상가는 역시 편의점, 그리고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족발집뿐이었다. 편의점 점주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의 점포가 마치 홀로 불을 밝히는 등대 같다는 그는 최근 매출 추이를 물은 기자의 질문에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폭격을 맞았다”고 답했다.

올해 초만 해도 이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식당은 24시간 문을 열었고 편의점 외부 테이블에서 맥주와 간단한 요기를 하려는 손님이 줄 서던 곳이었다.

처음엔 코로나가 터졌어도 별 영향은 없었다. 사람들이 외식 등 외출을 꺼리면서 한동안은 오히려 매출이 오르기도 했다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 요즘 그는 심각한 타격을 입진 않았지만 낌새가 수상하다고 했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라졌다. 어차피 일자리를 찾아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그들이지만 일정 주기로 근로자들이 교체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아예 그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청년층의 부재다. 이 동네는 꽤 많은 젊은 남녀가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서기를 시작하던 동네였지만 지금은 그 젊은이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배달 라이더’ 감소다. 최근까지 이 편의점 외부 테이블은 라이더들의 아지트였다고 한다. 배달업체 사장이 “올겨울에 외부 천막 하나만 설치해 주시면 안 되겠냐”며 반 농담까지 했을 정도였으니까.

김밥, 샌드위치, 라면, 커피 등을 쓸어가던 이들이 하나둘씩 안 보이기 시작한 건 한 달 전부터다. 배달량이 줄어 수입이 감소한 탓이다.

그가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한 건 사람들이 이제 배달음식마저 줄일 만큼 소득이 줄었다는 걱정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와 청년들의 부재도 일자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는 주변 큰 식당 네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라 늦은 시간 문 닫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무척 심각하다.”

알고 보니 네 곳 중 세 곳은 영업부진으로 아예 문을 닫은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한 점포는 간판이 철거돼 있었다.

“부스러기조차 허용되지 않는 서민경제”

그는 현실을 이렇게 정의했다. 코스피 지수가 2600을 넘으면 뭐하나. 한국의 어떤 대기업이 세계에서 1위를 먹으면 뭐하나. 돈이 남아돌아도 위에서 다 잘라 먹기만 할 뿐 서민에겐 그 부스러기조차도 과분한 세상인데.

현재 코로나 문제로 잠시 가려있을 뿐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될 거라는 푸념이다.

그는 긴급재난지원금에 관해서도 한마디 했다. “2차 재난지원금은 건물주 주라고 뿌린 돈일 뿐.”

모든 국민에게 풀었던 1차 때는 사람들이 그나마 밥 먹고, 술도 먹고, 반찬거리라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영업에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들 위주로 뿌린 2차는 대부분 밀린 임대료 내기에 적당한 돈이었다고 한다.

그는 “경제를 오로지 책으로만 배운 관료들과 배고픔을 모르는 위정자들의 계산기 두드리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서민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만 해도 이 같은 혼란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사람들이 잔뜩 화가 나 있다”

그가 최근 손님들에게 가장 당황한 부분이다. 각종 스트레스 때문에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조금만 건들면 즉시 터질 것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요즘은 잘 나가던 맥주가 아닌 소주와 막걸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한다. 술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은 확실히 더 늘었고 왜 슈퍼보다 비싸냐며 짜증을 내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그는 요즘 종이컵과 비닐봉투값 달라는 말을 차마 못 하겠다고 했다. 손님들 비위 맞추는 게 최우선이라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는 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만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고삐를 조일 때 확 조이라는 것.

그는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에 따라 정부 방침이 너무 오락가락했다”며 “얼마 전 2.5단계가 아니라 아예 3단계로 올려 뿌리를 도려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비유하자면 잠깐 심하게 앓고 말면 될 것을 장기간 병석에 누워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 사회가 처음 겪는 일이어서일 뿐 코로나가 정복되면 또 다른 질병이 와도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1년 정도는 버틸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거리가 사람들로 활기를 되찾고 예전의 웃음소리를 들을 날이 어서 빨리 오길 희망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토요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