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 후폭풍···“경제에 심각한 영향” vs “재벌 개혁 물 건너가”

신유림 기자 승인 2020.12.11 07:38 | 최종 수정 2020.12.11 12:26 의견 0

(일러스트=신유림 기자)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경제3법’의 후폭풍이 거세다. 재계는 “경영권 침해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반발했고 시민단체들은 “재벌 특혜에 불과하다”며 비난했다.

공경경제3법은 이른바 기업규제3법으로 불리는 법안으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이 골자다.

■ 상법···후퇴한 ‘3% 룰’

개정된 상법의 핵심은 세 가지다. 먼저 회사 오너의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감사위원 선출 시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선임된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출했다.

다음으로 ‘3% 룰’이다. 3% 룰은 국회 본회의 통과 전 법사위에서 논의할 당시만 해도 회사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 3%로 의결권을 제한함으로써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침과 달리 합산 3%에서 개별 3%로 완화해 논란이 커졌다. 이는 사실상 대주주 견제기능이 상실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김우찬 소장(고려대 교수)는 “독립적 감사위원 선임을 어렵게 하고 더 나아가 지배주주에게 의결권을 편법적으로 높이려는 유인을 제공한다”며 “오히려 출자구조, 계열사 간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개별 3%’ 방식은 오너의 의결권 확대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말 기준 자산 2조 원 이상의 비금융 상장회사 109곳을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개별 3% 방식을 적용했을 때 LS, GS그룹 등은 최대 80%의 의결권을 더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어 두산(65.49%), GS건설(60.67%), OCI(57.43%), LG(51.34%) 등은 50% 이상 의결권을 더 행사할 수 있다.

나머지 주요 상장사들도 20% 이상 크게 늘어 사실상 의결권 제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소장은 “지배주주는 ‘지분 쪼개기’를 통해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지분 쪼개기에 계열사들이 동원된다면 계열사의 출자구조가 지금보다 더 복잡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작업이 오히려 기업지배구조를 개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참여연대 역시 “이는 사실상 독립적인 감사위원의 선임을 무력화하고 지배주주가 계열사를 이용한 편법적인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실상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 역시 지적 대상이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모회사의 소액주주도 소송을 낼 수 있게 한 법안으로 애초 정부 원안에선 지분 0.01%만 보유한 주주도 소송 자격이 주어졌지만, 결국 0.5% 보유로 대폭 강화됐다.

예를 들어 시총 440조 원인 삼성전자의 경우 주주가 소송자격을 충족하려면 지분 0.5%, 2조2000억 원어치를 보유해야 한다. 개인으로선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참여연대 측은 “상장회사 지분 0.5%는 보유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수준”이라며 “앞으로 다중대표소송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 공정거래법, ‘전속고발권 폐지’는 “없던 일로”···총수 일가 규제는 강화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로 1980년 도입됐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사회적 피해가 큰 가격·입찰 담합(경성담합)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입장이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외돼 결국 기존 안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두 배로 올렸다.

또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규제대상 회사 기준이 총수 일가 지분 상장 30%·비상장 20% 이상이었으나 앞으로는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포함된다.

개정안은 또 신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기존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기존 40%에서 50%로 각각 높였다.

이에 따라 규율 대상 회사는 현행 210개에서 598개(올해 5월 1일 기준)로 388개 늘어난다.

예를 들어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총수 일가가 공정위 규제망을 피하기 위해 지분 보유율을 29.9%에 맞췄으나 앞으로는 규제대상에 오른다.

또 LG,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 등도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 기준 23%를 웃돌지만, 총수 일가 지분이 30%에 못 미쳐 사익편취 규제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기업결합(M&A) 신고 기준도 확대됐다.

지금까지는 인수대상 회사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이 300억 원 이상이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됐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인수금액이 큰 경우에는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후속 시행령 등을 통해 관련 기준을 정비할 계획이다.

또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 허용은 그동안 별도의 정부안으로 추진됐으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포함됐다.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며, 펀드 조성 시 총수 일가,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의 출자는 받을 수 없다. 또 총수 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에는 투자할 수 없다.

■ 금융그룹감독법···금융복합기업 감독 강화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안은 자산 규모, 영위 업종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복합기업집단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해 대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집단 전체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사를 2개 이상 운영하면서 자산 규모 5조 원이 넘는 삼성, 현대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 등이 그 대상이다.

이들 기업은 집단 차원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위한 정책과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기업집단의 자본 적정성 평가 결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미달하면 자본 확충 등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

이 같은 법안에 대해 재계 역시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과 우리 경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법률인데도 경제적 영향 분석 등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졸속 입법해 향후 우리 경제와 기업 경영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기업들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음에도 국회는 또다시 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는 규제를 도입했다”며 보완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과 법 시행의 1년 유예를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외국계 펀드나 경쟁 세력이 지분 쪼개기 등으로 20% 이상 의결권을 확보 가능한 상황에서는 기업의 방어권은 사실상 무력화되는 수준”이라며 “당장 내년 초부터 신규 감사위원 선임을 앞둔 기업들은 당혹감과 함께 어떻게 대응할지조차 모를 정도로 대혼란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역시 “경제3법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심각하게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등 기업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며 “이번 법 개정으로 상장회사가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쓸 여력을 투기자본의 방어에 소모하게 만드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조속히 개정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추가 법 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개정된 상법의 경우 경쟁 회사가 2대 주주가 돼 사외이사, 특히 감사를 임명하면 기밀에 접근할 수 있고 이는 기업 경영에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법안에 대해 “재계의 압력에 굴복한 생색내기용”이라며 “이런 반쪽짜리 개정안을 통과시키고도 ‘개혁입법 완수’, ‘공정경제’를 운운한다면 민주당은 염치도 없고 개혁 의지도 없는 ‘무능거대여당’에 다름 아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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