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르디우스의 매듭’···‘K 전기차’의 비상을 기대하며

신유림 기자 승인 2020.12.28 15:19 의견 0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애플이 지난 21일 2024년 전기차 출시 계획을 알리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에 긴장감이 돈다.

애플은 그간 스마트 혁신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전 세계 소비자들이 ‘애플카’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애플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애플카 출시 소식에 테슬라 주가가 6.5%나 떨어지고 LG전자 주가는 상한가를 쳤다.

애플이 LG전자와 손잡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인 캐나다의 ‘마그나’와 협력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애플카에 장착될 배터리가 중국 업체가 주도하는 LFP(리튬인산철) 방식이라는 점은 국내 업체들엔 불리한 요소다.

국내 배터리 3사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아 더 진보된 기술로 평가받지만 애플은 LFP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업계 1위인 테슬라도 중국시장에서 LFP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기술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애플이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CATL은 이미 테슬라, 폭스바겐, 오펠, 푸조 등에 NCM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으며 생산 제품 70%가량이 NCM 배터리다. NCM 기술은 이제 한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더구나 몇 년 새 국내 주요 인력들이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이미 중국은 배터리 강국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에서 CATL은 총 19.2GWh를 기록, LG에너지솔루션(18.9GWh)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시선은 자연스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에 쏠린다. 국민은 양사의 대승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도 양측에 시그널을 보냈다. 올 2월 SKI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린 ITC는 이례적으로 최종 판결을 거듭 연기, 내년 2월까지 시간을 벌어줬다.

물론 흐름상 LG 측이 유리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사안이 그리 간단하진 않다. SKI가 미국에서 진행하는 6조원의 투자, 2600개의 일자리가 걸린 배터리공장 건설을 미국 스스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양사에 실타래처럼 얽힌 감정의 골을 풀어야 한다. 기자는 지난 5월 정의선, 이재용, 최태원, 구광모 회장들이 보여준 ‘K 전기차 동맹’이라는 멋진 화합을 똑똑히 보았다. 그런 게 바로 그룹 총수들이 해야 할 일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기억하자.

어느 누구도 고르디움 신전 기둥의 매듭을 푸는 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원정길에 나선 알렉산더 대왕은 단칼에 매듭을 끊어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군중은 그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전기수소차는 앞으로 최소 100년의 먹거리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 다시 한번 ‘K 전기차’의 화합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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