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거는 미래의 거울···조현민 부사장 승진에 즈음하여

신유림 기자 승인 2021.01.04 16:45 의견 0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한 마을에 나무로 만들어진 ‘웸믹’이라는 사람들이 살았다. 이들은 매일 서로를 평가해 마음에 드는, 즉 얼굴이 잘생기고 표면이 매끄럽고 재주가 특별한 이에게는 ‘금빛 별표’를, 마음에 들지 않거나 못생기고 실수 많은 이에는 ‘잿빛 점표’를 붙이며 살았다.

이들 중 유달리 몸에 잿빛 점표가 많이 붙은 ‘펀치넬로’라는 웸믹이 있었다. 그는 남들처럼 금빛 별표를 받으려고 애썼지만 늘 실수만 했다. 그러면 때를 놓칠세라 다들 우르르 달려들어 그에게 잿빛 점표를 붙였다.

금빛 별표를 많이 받은 사람은 어딜 가나 인기가 많았다. 그런 사람 주위엔 언제나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았고 친해지려는 이들로 가득했다.

반면 잿빛 점표가 많은 사람은 손가락질을 당했다. 그런 사람은 굳이 가까이서 겪어 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많은 잿빛 점표가 그를 평가해 놓은 것이니까. 펀치넬로 역시 그런 부류였다.

맥스 루카이도가 쓴 책 ‘너는 특별하단다’에 나온 줄거리다.

산업은행과 맺은 협약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지난해 말 한진은 조현민 전무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총괄’ 부사장으로 발령했다. “리더십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중용했다”는 변(辯)과 함께.

‘잿빛 점표’ 많은 오너 일가는 항공사업에서 손 떼기로 한 약속은 지킨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반응은 ‘눈 가리고 아웅’ 격이라며 싸늘하기만 하다. 과거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물컵 갑질’로 홍역을 치른 조 부사장은 알다시피 잿빛 점표가 많다. 매우 많다. 그것들은 이야기 속 펀치넬로가 텀블링에 실패해서 받은 점표 따위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한진은 그런 조 부사장에게 회사의 미래를 맡겼다. 한진이 그만큼 절박하거나 조 부사장의 능력이 대체불가이거나.

그도 아니라면 ‘엄이도령’(掩耳盜鈴)의 어리석음이다. 제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뜻이다. 자신의 잘못에 자기 귀를 막아버리면 남도 모를 거라는 착각.

다만 그것이 어리석음인지 고의인지는 모른다. 우리 같은 범인(凡人)이 재벌과 대기업의 사고방식을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하지만 이야기 속 펀치넬로는 몸에 붙은 점표를 떼는 법을 터득한다. 그는 자신을 만든 목수를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목수는 말했다. “할 수 있어. 넌 특별하니까.”

펀치넬로는 자신이 왜 특별한지 궁금했다. 목수가 말했다. “난 못난 웸믹도 잘난 웸믹도 만든 적이 없어. 다 똑같이 만들었을 뿐이야. 그중 하나도 너고. 너라면 할 수 있어.”

펜치넬로는 생각했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러자 갑자기 몸에서 점표 1개가 떨어졌다.

EMQ(Emily Marketing Queen). 미국 국적인 조 부사장의 이름과 함께 붙여진 별명답게 앞으로 조 부사장은 부모 덕에 그 자리에 앉게 된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과거 자신의 표현대로 ‘제 밑에 있는’ 직원들이 아닌, ‘반드시 복수해야 할’ 직원들이 아닌 ‘같이 일하는’ 직원, 존중받을 인격을 가진 ‘특별한 인간’으로 함께 사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에게 붙은 잿빛 점표의 낙인을 떼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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