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애플과 협업이 과연 득일까?

신유림 기자 승인 2021.01.12 16:11 의견 0

각 사 로고 (자료=각 사)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최근 애플이 현대차에 전기자동차 협력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내 언론이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면서 현대차와 그 관련주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그만큼 애플이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은 대단하다. 애플 한 회사의 시가총액 2400조 원이 우리나라 기업 전체 시가총액보다도 많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굳이 현대차가 왜?”이다.

현대차는 세계 완성차업계 5위이자 전기차업계 4위에 올라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해 E-GMP를 개발,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 생산과 연간 100만 대 이상 판매계획도 수립했다. 우선 내년 글로벌 점유율을 9%대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는 자체 기술력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원재료에서 부품을 모두 아우르는 생산시스템을 갖췄다. 게다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현지 생산공장까지 갖췄다.

또 현대차는 미래산업에 2025년까지 6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엔 전기차는 물론 수소전지, 자율주행,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AI 로봇 기술 등이 망라돼 있다.

지난해에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와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 설립 등으로 ‘4족 보행차’ 같은 특수 자동차 개발 계획도 마련돼 있다. 또 2023년 미국에서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트타트업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설립했다. 2022년 운전자의 조작 없이 운전이 가능한 자율주행 레벨 3 기술을 적용하고 2024년까지 원격 발렛 기능도 완성할 계획이다.

이에 반해 애플이 가진 경쟁력은 소프트웨어뿐이다.

물론 애플이 보유한 증강현실 디스플레이나 실내 온도 유지 장치, 차 유리 틴팅 변환. 무선 충전 장치 등은 진일보한 기술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이를 적용해 차를 생산한다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애플은 2014년 전기차를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차 생산 경험과 능력이 전혀 없는 애플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크라이슬러나 BMW도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다 기술 적용 이견 등의 문제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동안 애플이 전기차 생산을 포기하고 인포테인먼트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의 당선으로 트럼프 대통령 때엔 없었던 연방정부 보조금(대당 3000~7000달러)이 생겨 애플이 더는 전기차 사업을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

다만 현대차가 앞서 크라이슬러와 BMW와 다른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기업문화 특성상 자동차 외관이나 감성을 현대차에 맡기진 않을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차 부품과 조달 방법 등도 애플이 결정한다는 게 합리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즉 현대차가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 기업 중 OEM이 있느냐”며 “자동차 제조는 원래 마진이 박한 사업인데 현대차가 애플과 협력한다면 현대차가 가져갈 이익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애플은 제조를 해외기업에 맡기면서도 매출 대비 38%라는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아이폰 제조사인 대만의 폭스콘의 이익률은 고작 4%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테슬라는 최근 화재사건에서도 드러났듯 고질적 품질 문제를 안고 있다”며 “현대차는 자체 경쟁력으로도 테슬라를 꺾을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인데 굳이 애플의 하청을 자처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럼에도 계약이 성사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애플의 주식에 투자하겠다”며 “현재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은 모두 현대차 띄워주기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국내 증권가의 예상과 정반대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또 국내 언론의 반응에 대해서도 “애플이 현대차를 ‘콕’ 집어 제안했다느니 2024년이면 현대차와 협업한 ‘애플카’가 나온다느니 하는 말들은 모두 거짓”이라며 “애플은 과거에도 그랬듯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도 같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측은 이와 관련, 지난 8일 공시에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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