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루다가 드러낸 스타트업 취약성

김자혜 기자 승인 2021.01.13 17:12 의견 0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인공지능(AI) 챗봇으로 연일 화제를 모았던 이루다가 개인정보 유출논란에 휩싸였다. 개발사 스캐터랩에 근무했던 전 직원이 내부폭로를 하면서다.

이 직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사용자의 특정 대화내용 가운데 연인 간 성적인 대화와 농담을 캡쳐해 사내 메신저 방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연애의과학’이라는 카카오톡 대화분석 앱을 운영했다. 해당앱을 통해 얻은 100억 건의 대화는 이루다 챗봇을 개발할 때 사용됐다.

의혹의 문제는 개인정보인 연인간의 대화를 직원끼리 공유했다는 점이다. 사실이 알려지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개인정보 암호화 조치, 무분별한 개인정보수집, 동의절차 등의 확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스케터랩은 소프트뱅크벤처스, KTB네트워크 등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은 스타트업이다.

그리고 이번 일은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해온데다, 벤처투자를 강화하기 시작한 금융권에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슈다.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신한금융은 신한퓨처스랩, KB금융그룹은 KB이노베이션허브, 우리은행은 디노랩, 하나은행은 원큐애자일랩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IBK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퍼스트랩, NH디지털 챌린지 플러스를 운영한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은 실제 금융서비스 개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원큐애자일랩 출신 프롭테크 스타트업 데이터노우즈와 상생협약을 맺고 부동산 리치고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처럼 육성 기간이 길어지면서 금융권은 잘 키운 스타트업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조사가 끝나봐야 진위여부를 알 수 있겠지만, 만약 금융권이 스타트업과 공유한 개인정보를 이번 스케일랩 사건 의혹과 같은 상황을 만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악은 해당 스타트업뿐 아니라 금융사의 공고한 신뢰까지 함께 바닥에 내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 십년 관련법망 안에서 다져온 신뢰의 금자탑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금융사들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돌다리도 두드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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