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팻핑거'…억대 손해에도 '가이드라인'뿐

김자혜 기자 승인 2021.01.15 17:05 의견 0
(자료=픽사베이)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코스닥150 시장에서 팻핑거 사례가 발생했다. 삼성증권 사례 이후 2년여 만의 일이다.

한 주식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3시 18분 코스닥150지수가 1737.42까지 올랐다. 이전까지 1645대에 머물렀던 지수가 일순간에 치솟은 것이다.

이 지수변동을 포착한 유저는 "코스닥 150선물 대량매수 주문을 잘못 넣어서 순식간에 4.89까지 급등했다가 1분만에 자기자리로 찾아왔다"며 "1계약 당 90만 원 정도 손실을 냈고 3728계약이 거래돼 1분만에 최대 30억 정도 손실이 났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래프 상 3분봉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거래량이 일시에 몰렸다는 뜻"이라며 "누군가 한꺼번에 달러 입력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주문을 실수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150 지수의 변동 차트. (자료=시보드)

이처럼 주문을 실수로 숫자 입력을 잘 못하는 경우를 팻핑거(Fat Finger) 라고 부른다. '굵은 손가락'이라는 뜻으로, 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금융사가 거액의 주문 거래량이나 가격을 잘못 입력한 경우를 말한다.

국내에선 한맥증권이 팻핑거의 대표사례로 손꼽힌다. 2013년 한맥증권 직원이 코스피200 옵션 주문실수를 하면서 400억 원대 손실을 내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지난 2018년에는 케이프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서 팻핑거 사례가 이어졌다.

케이프투자증권은 같은 해 2월 직원이 코스피200 풋옵션 주문을 시장가 대비 낮은 가격에 냈다. 이를 통해 6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봐야했다. 2017년 당기순이익 135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해 벌어진 삼성증권의 112조 원 배당사고 역시 대표적 팻핑거 사례다.

삼성증권은 당시 배당금을 주당 1000원씩 넣어야 했는데 직원의 실수로 임직원 계좌에 주식 배당이 1000주씩 지급됐다.

이 과정에서 주식을 부여받은 일부 삼성증권 직원들은 주식을 매도하면서 차익을 얻었다. 이 사건으로 직원 8명은 최근까지 항소심을 벌이면서 결국 1~1년 6개월의 징역과 집행유예, 벌금형을 등을 선고받았다.

2018년 팻핑거 사태가 이어지면서 증권업계는 이듬해 팻핑거를 막기 위한 '금융투자회사의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모범규준'을 마련한 바 있다. 팻핑거 안전핀을 강화한다는 목적에서다.

당시 마련된 가이드라인은 개인은 15억 원 초과주문에 경고 메시지를, 30억 원 초과 주문은 보류하도록 했다. 법인은 20억 원 초과주문에 증권사가 경고할 수 있도록 하고 주문 보류 기준은 60억 원을 유지했다.

이러한 기준을 마련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모범 규준'은 2년여 만에 팻핑거 사례가 재발하도록 방치했다.

한편 이번 코스닥150지수에서 발생한 팻핑거 사건으로 30억~40억 원의 손실이 발생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수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업계와 당국은 사고 예방에 크게 관여치 않는 모양새다. 삼성증권의 팻핑거 담당자 역시 손해배상 책임이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도 실수인 점을 감안해 심각한 손해를 끼친 게 아닌 이상 직원을 바로 해고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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