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전, 품질·관리비용이 아까운가

신유림 기자 승인 2021.01.18 16:04 의견 0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최근 한전과 변압기 부품 납품사와 관련한 보도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이 규정을 변경, 변압기 핵심 부품인 ‘부싱’의 중국산을 허용하면서 이에 맞춰 기존 납품업체에 단가를 대폭 낮추도록 요구해 업체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는 부품 제조업체의 국내 설비 규모와 생산 능력을 검증했기 때문에 수입품은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 한전은 해명자료를 배포,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전 측은 애초부터 부품의 원산지를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정을 변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사는 변압기 완제품을 납품받기 때문에 부품사에 단가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도 했다. 2차 벤더에는 간섭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품질 확보를 위해 완제품에 대한 성능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단가인하 압박을 받은 이는 있는데 압박을 행사한 이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전과 부싱 제조사가 공동투자로 제품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질 않은가.

그렇다면 이 의혹은 자연히 한전에 변압기 완제품을 납품하는 회사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 회사는 어떤 이유로든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당연히 부품사에 단가인하를 요구했을 것이다. 그 전에 한전이 먼저 완제품 납품사에 단가인하를 요구했을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합리적 의심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전 측에 변압기 납품사에 관해 물었으나 답변을 거부해 더는 취재가 불가능했다.

전신주 등에 달린 변압기에 사용되는 부싱은 대단히 중요한 부품이다. 전선의 피복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배관공사 시 직경이 서로 다른 관을 접속할 때 사용하는 이음매 역할도 한다.

그만큼 고장도 잦아 한전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경기도만 해도 전기시설물 긴급복구 건수는 월평균 200여 건에 달하는데 그 중 변압기 고장이 140건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또 그 대부분은 변압기 과열이나 부싱 누유가 원인이다.

하지만 전기산업을 이끄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과감하게 변압기 교체를 지시하거나 권장하지 않는다. 전신주뿐 아니라 산업과 관련해서도 전국에 노후화된 변압기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그들은 단지 어떻게 하면 더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할 뿐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를 ‘폭탄 돌리기’라고 표현한다. 언제 어디서 고장 날지 모른다는 뜻이다.

변압기 폭발이나 고장은 곧바로 시민과 기업의 재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품질 강화와 철저한 점검도 모자랄 판이다. 저렴한 중국산 부품 허용은 안 된다. 당장의 안전시험은 통과한다더라도 내구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더구나 이 같은 단가절약이 공기업 한전의 이익 때문이라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내년 개교를 앞둔 ‘한전공대’에 들어가는 1조6000억 원의 자금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의심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오히려 품질비용과 관리비용을 늘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부품사 전환으로 특혜를 누리는 곳이 혹시라도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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