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개혁’과 ‘개악’

김영린 승인 2021.01.21 05:52 의견 0
사진=픽사베이


‘규제’에 관한 발표 2건이 20일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간에 보도되었다. 하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회의, 다른 하나는 경제단체인 전경련 자료다.

더불어민주당은 ‘규제 혁신’이었다. 그것도 ‘선제적’ 혁신을 위한 회의를 했다는 보도였다.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우리 경제의 성장을 막아온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서 핵심 신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전경련 자료는 정반대였다. 작년 정부입법을 통해서 신설, 강화된 규제가 자그마치 1510건에 달했다는 자료였다. 전년의 974건보다 55%나 늘어났다고 했다. 1510건이면 ‘단순계산’으로 하루에 4건 넘고 있다. 규제가 정신 차리기 까다로울 정도로 늘어난 셈이다.

개혁은 기존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이라고 했다. 국어사전은 개혁을 “합법적 절차를 밟아 정치상·사회상의 묵은 체제를 고쳐 새 제도로 바꾸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를 꿰뚫고 있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좋게 고쳐서 ‘좋은 개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을 했는데도 그 결과가 껄끄럽다면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일 수 있다.

국민은 이 ‘규제 개혁, 규제 혁신’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 왔다. 벌써 수십 년이다.

규제를 개혁하겠다는 기구의 이름도 ▲행정개혁위원회 ▲행정쇄신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규제개혁기획단 ▲규제개혁추진단 등등이었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개혁이었다.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정부는 없었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10대 규제 개선 전담팀’이라는 태스크포스가 출범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범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라고 했다. ‘규제 샌드박스’라는 것도 만들었다. 신기술이 출시될 때 기업에 불합리한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라고 했다.

그랬는데 민주당이 또 ‘규제 혁신’이다. 여기에 ‘선제적’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규제는 제대로 혁신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전경련이 1500건 넘는 규제가 생겼다는 ‘앓는 자료’를 내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박근혜 정부 때도 규제에 대한 ‘해법’은 쏟아졌다.

규제 지도 작성·규제 기요틴 제도·레드 테이프 챌린지·지자체 규제지수 개발·규제 일몰제 확대·규제 총점관리제도·페이고 법안․규제개혁 신문고 등등이었다.

이랬는데도 규제 개혁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다 되도록 여전히 ‘진행형’이다. 오죽했으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규제 폭포’라고 탄식했었다. 규제가 한꺼번에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다는 푸념이었다.

다음 정부라고 다를 것 없다. 또 규제 개혁은 강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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