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가 김진숙이다” 한진重 복직투쟁···이젠 정부가 나서야

신유림 기자 승인 2021.02.01 10:46 의견 0

(자료=신유림 기자)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전두환 정권 시절인 35년 전 세상과 사회의 부조리에 맞선 여성 노동자 김진숙.

1981년 한진중공업에 입사해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그는 1986년 노조 대의원으로서 유인물을 제작해 배포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로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당시 26살이었다.

이후 35년간 해고노동자로 살며 복직 투쟁 중이다. 올해로 정년의 나이가 됐다. 그간 그는 암까지 얻었다.

당시 그와 뜻을 같이했던 동료들은 투쟁 끝에 일터로 돌아갔지만 한진중공업은 정부의 권고에도 그의 복직만은 끝까지 거부했다.

한진중공업은 노동운동의 산 역사라 할 만큼 노사분규와 노동자 사망사고가 잦았다. 1991년 노조위원장 사망에 이은 경찰의 시신탈취, 2003년 노조위원장 자살과 한 조합원 사망사건이 있었다.

2011년엔 김진숙의 158일에 걸친 크레인 농성과 그 유명한 희망버스 사건이 있었다. 이어 2012년과 2013년 연이은 조합원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모두 구조조정과 관련한 노사 갈등이 그 원인이다.

최근 다시 시작한 김진숙의 투쟁은 숙연하기까지 하다. 모진 고통을 겪었음에도 그는 “웃겠다. 웃으며 투쟁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많은 김진숙이 있어 아름답기도 하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리멤버희망버스기획단’이 그를 위해 40여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시민과 노동자 300여 명이 촛불을 들고 복직을 염원했다.

무엇보다 부산에서 청와대로의 발걸음을 시작한 ‘희망 뚜벅이’ 행진은 김진숙들의 외침에 큰 울림을 더하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김진숙 홀로 시작한 이 발걸음엔 벌써 2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오는 7일이면 청와대에 도착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그 투쟁 대상마저 사라지려 한다.

2019년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한진중공업은 채권단에 넘어갔다.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연내 한진중공업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또다시 인력감축과 구조조정도 시작됐다.

어디 김진숙의 35년뿐인가. 우리는 그보다 더한 시간을 거치며 수많은 김진숙이 스러지는 모습을 봐왔다. 그들이 무얼 잘못했나. 그들은 단지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외쳤을 뿐이다.

이제는 정부의 시간이다.

국가폭력을 저질렀던 과거를 사과하고 그를 위로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김진숙은 계속 태어날 것이다. 바로 우리가 김진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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