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국민은행의 어제와 오늘

김영린 승인 2021.02.08 05:28 의견 0
자료=국민은행


국민은행은 서민금융을 전담하는 ‘금융기관’이었다. ‘국민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은행이었다. “서민대중에게 필요한 자금의 대출 등을 통해 서민경제의 발전과 향상을 기하기 위해 만든 은행”이었다.

이런 취지에 따라 설립된 국민은행은 서민에게 자금을 ‘엄청’ 지원했다. 300만∼500만 원 정도의 소액대출을 많이 취급했다. 서민들은 신용이 뒤져도 보증인만 세우면 담보 없이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국민은행은 담당 직원이 업무가 너무 많다고 투덜거릴 정도로 지원했다. 다른 은행처럼 한꺼번에 몇 억 원, 몇 십억 원을 대출하는 게 아니라, 이를 수십 번, 수백 번으로 쪼개서 몇 백만 원 짜리 소액대출로 취급했기 때문에 업무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서민들은 국민은행을 찾았다.

그랬던 국민은행이 주택은행과 합병하면서 ‘대형화’되었다. 국민은행은 합병 이후에도 서민금융 업무는 계속 취급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별로 그렇지 못했다.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 국민은행은 은행 이미지부터 바꿨다. 서민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렸다. ‘KB’라는 영문자를 도입하면서 ‘변신’했다.

KB은행은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인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PB센터라는 것을 만들어 거액자금 유치에 열을 올렸다. 누구도 ‘서민은행’이라고 하지 않게 되었다.

국민은행은 그러면서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증권회사에 보험회사, 카드회사까지 거느리는 ‘대형 금융그룹’이다.

그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4552억 원으로 신한금융그룹보다 406억 원이 많았다고 했다. ‘1등 금융그룹’으로 떠오른 것이다. 신한금융도 역대 최대인 3조4146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2등으로 밀리고 말았다.

국민은행은 이같이 ‘큰돈’을 벌면서도 직원을 ‘희망퇴직’시키는 데에도 경쟁 은행에게 뒤지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연초 임금피크 전환·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퇴직으로 800명이 은행을 떠났다고 했다. 연말연초 5개 시중은행에서 2500명이 퇴직했는데, 국민은행은 그 가운데 800명을 차지하고 있었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4개 시중은행의 퇴직 인원은 1700명 정도라고 했다.

어쨌거나, 국민은행이 ‘변신’하면서 서민들은 돈 얻을 곳이 좁아졌다. ‘급전’이 필요해서 대부업체를 기웃거리고 사채에 의존하는 서민도 따라서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업체도, 사채도 은행보다 훨씬 이자가 높았다. 서민들은 ‘이자폭탄’에 허덕이게 되었다. 그러다가 ‘신용불량’으로 전락하는 서민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미소금융’이다 뭐다 하면서 나중에 서민금융을 지원할 전담기관을 만들기도 했다. 그래도 과거의 국민은행만큼 쉽게 대출을 받기는 힘들었다.

저작권자 ⓒ 토요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