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설날 떡국 먹는 이유

김영린 승인 2021.02.12 05:58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설날은 새해를 시작하는 즐거워야 할 날이다. 이루고 싶은 희망에 부풀어보는 날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별로 즐겁지 못하다. 즐겁기가 힘들다. 돈 구경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풀렸다는데도 그렇다. 정부가 발표한 ‘설 민생안정대책’에 따르면, 올해 설에는 38조4000억 원의 명절자금이 공급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작년보다 2조1000억 원 늘린다고 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 협력기업에 납품대금이나 공사대금을 ‘앞당겨서’ 경쟁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많은 적든 ‘상여금’도 내놓고 있다. 은행들은 자금 공급을 늘린다고 저마다 발표하고 있다.

‘민족명절’ 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소식이다. 그 규모는 대충 ‘수십조’다. 전년보다 줄어든다는 발표는 ‘별로’다. 좀처럼 없다. 그런데도 서민들의 주머니는 여전히 허전할 뿐이다.

올해 설에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때문에 장사를 망친 서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줄어든 일자리도 서민들을 움츠리도록 만들고 있다. 지난달 사라진 일자리만 거의 100만 개나 된다고 했다. 직장이 없는 실직자나 취업준비생은 말할 것도 없다.

고향 방문을 자제하면서 한국은행의 ‘신권’ 구경마저 까다로워지고 있다. 신권 교환이 작년 설 연휴의 절반 수준이라는 소식이다.

그래도 주머니 홀쭉한 서민들이 할 것은 있다. ‘대리만족’이다. 설날에 떡을 돈처럼 동그랗게 썰어 넣은 ‘돈 떡국’을 먹으면서 재물이 풍성해지기를 기원이라도 해보는 것이다.

조선 정조 임금 때 유득공(柳得恭)이 쓴 ‘경도잡지’에 그 떡국 만드는 법이 나온다.

“멥쌀로 떡을 만드는데, 떡메로 치고 손으로 비벼서 한 가닥으로 만든다. 그리고 굳어지면 돈처럼 얇게 가로로 썬다. 이것에 물을 붓고 끓이다가 꿩고기, 후춧가루 등을 넣는다.…”

만둣국도 ‘닮은꼴’ 이유였다. 양쪽 귀를 오므려서 동그랗게 빚은 만두를 떡국에 넣어서 먹었다. 그 모양이 옛날 화폐인 말굽은(마제은·馬蹄銀)과 비슷했다. 만둣국 역시 돈과 재물을 기원하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새해 덕담(德談)도 돈과 무관하지 않았다. ‘동국세시기’에 적혀 있는 글이다.

“친구나 젊은 사람을 만나면 올해는 과거에 합격하시오, 부디 승진하시오, 아들 낳으시오, 재물 많이 모으시오 하는 등으로 처지와 환경에 맞는 말을 해준다. 이를 덕담이라고 하는데, 서로 복을 빌고 축의(祝意)를 표시하는 말이다.…”

음력으로 새해인 설날부터가 ‘진짜’ 신축년(辛丑年)이다. 그래서 서민들은 올해 설날에도 ‘돈 떡국’, ‘돈 만둣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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