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마불사(大馬不死)?···쌍용차는 과연 준비가 됐는가

신유림 기자 승인 2021.02.15 15:51 의견 0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대마불사(大馬不死). ‘덩어리가 큰 무리는 여간해선 죽지 않는다’는 바둑 용어다.

이 격언처럼 생사의 갈림길에 선 많은 대마가 죽지 않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대마를 살리려는 자가 한 수 한 수 혼신을 불어넣든가, 잡으려는 자가 실수를 범하든가.

이 용어는 경제에도 많이 쓰인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이 ‘대마불사론’을 바탕으로 마음껏 방만한 운영을 해왔다. 그러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우리 망하면 수많은 직원, 하청업체, 경제 다 죽는다”며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기업가들이 그런 주장을 했다면 요즘 들어선 노조의 레퍼토리가 됐다는 점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래서 정부는 IMF 사태 이후 항공, 자동차, 조선, 금융기관 등에 170조 원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목숨을 부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적자금 회수율은 현재 70%도 되지 않는다. 과거 미국이 GM에 497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515조 원을 회수한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더욱이 우리나라 기업들은 한술 더 떠 회사가 좀 살아난다 싶으면 ‘성과급 잔치’까지 벌여 여러 차례 공분을 샀다.

여기서 또 생각해봐야 할 게 있다. 대마를 살리는 것과 바둑의 승패는 별개라는 점이다.

‘생불여사’(生不如死). ‘사는 게 죽느니만 못하다’는 뜻이다. 대마를 살리느라 주변을 돌보지 못해 형세가 기울어진 경우다.

고수들은 대부분 대마를 살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 ‘생불여사’ 때문에 돌을 던진다.

정부의 방침도 이렇게 변해가는 추세다. ‘좀비기업’ 즉 내실을 갖추지 못해 살려낼 만한 가치가 없는 기업들은 솎아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8년 3조 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를, 4조 원이 투입된 STX조선은 구조조정 지속에 이은 정상화를 결정한 바 있다. 바로 좀비기업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만든 결과였다.

최근 이 같은 사례로 쌍용차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직원 수 4880명, 협력사 250여 개와 그 10만 직원의 명줄이 걸린 대마 중의 대마인 까닭에서다.

산업은행은 쌍용차 측에 미국 HAAH 등의 외부 투자가 전제돼야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쌍용은 현재 최대주주인 마힌드라나 HAAH 등 그 어느 곳도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에 사활을 걸고 있다.

노조의 어정쩡한 태도도 문제다. 노조는 최근 “매각 성공을 위해 최대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쟁도 회사가 존속해야 그 의미가 있는 법이다. 노조의 입장은 결국 산은이 제시한 ‘단체협약 3년’과 ‘쟁의행위 금지’ 중 ‘쟁의행위 금지’안만 받아들인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 큰 쟁점은 쌍용차의 ‘내실’ 여부, 즉 극적으로 산은의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쌍용차가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의 문제다.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친환경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연구를 진행 중인 것과 달리 최근 다시 멈춰선 쌍용차 공장은 당장 오늘 하청업체에 지급할 부품값도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가 정리되기를 바라는 건 결코 아니다. 실패하기엔 그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버니 샌더스의 말을 되새길 필요는 있겠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가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If they are too big to fail, then they are too big to exist.”(그들이 실패하기에 너무 크다면 그들은 존재하기에도 너무 큰 것이다.) ‘Too big to fail’은 ‘대마불사’의 영어식 표현이다.

쌍용차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또 ‘생불여사’의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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