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통화량 3000조 원으로 서울을 덮으면?

김영린 승인 2021.02.18 05:10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은행에서 갓 인출된 5만 원짜리 ‘고액권’의 크기는 154×68㎜다.

이를 가로, 세로로 100장 5억 원을 펼쳐놓으면 가로는 15.4m, 세로는 6.8m가 된다.

물론 빳빳한 고액권이어야 빈틈없이 펼쳐놓을 수 있다. 인출한지 오래 된 ‘구겨진 돈’은 빈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5억 원을 면적으로 계산하면 15.4×6.8=104.72㎡다. 정부가 쓰지 말라고 하는 평수로 환산하면 31.7평이다. 희한하게도 ‘공유면적’을 제외한 31.7평짜리 아파트와 같은 면적이다. 서민들에게는 ‘꿈의 돈’이 되는 것이다.

10억 원은 그 5억 원의 2배다. 면적으로 따지면 104.72×2=209.44㎡다. 갑절로 넓어지게 된다.

1조 원은 그 10억 원의 1000배다.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209.44×1000=20만9440㎡다. 6만3466평이다.

그렇다면, 1조 원에 다시 100을 곱해야 하는 100조 원은 얼마나 넓을까. 209,440×100=20,944,000㎡된다.

숫자가 이렇게 ‘천만 단위’로 커지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를 ㎢로 고치면 좀 간단해질 수 있다. 100조 원의 면적인 20,944,000㎡는 20.944㎢다.

대한민국 서울의 종로구 면적은 23.91㎢다. 20.944㎢인 100조 원은 그 종로구 전체를 얼추 채울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2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광의의 통화량(M2)은 3191조 원에 달했다고 했다. 평균잔액인 ‘평잔’이라고 했으니 12월 내내 그만큼의 돈이 풀려 있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3191조 원은 100조 원의 31.9배다. 계산기를 또 누르면 20.944☓31.9=668.113㎢다.

668.113㎢는 서울시 전체 면적 605.24㎢보다도 넓다. 3191조 원의 돈 면적은 1000만 시민이 몰려서 살고 있는 서울시 전체를 덮고도 약간 남을 정도의 엄청난 넓이가 되는 셈이다. 통화량에는 은행 예금과 단기 금융상품 등이 포함되지만, 이를 5만 원짜리로 환산할 경우 이렇게 되는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따진다면 통화량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돈의 유통속도 등을 고려해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작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의 뒷걸음질을 했다. 정부 통계로 물가는 0.5%밖에 오르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에 경기가 죽으면서 돈이 활발하게 유통되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작년 연간 통화량 증가율은 9.3%나 되었다. 지나치게 많이 풀렸다고 할 수 있다.

알다시피, 이 엄청난 돈 가운데 일부는 부동산으로, 일부는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는 집값과 주식값을 치솟도록 만들고 있다. 좋게 말하면 투자, 심하게 표현하면 투기였다.

과다하게 풀린 돈은 궁극적으로 화폐의 가치, ‘돈값’을 떨어뜨릴 것이다. 그러면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최근 먹을거리 값이 들먹거리는 것을 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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