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여 행

정진선 시인 승인 2021.02.22 06:30 의견 0

여 행

정진선

아름답고 화려함 속에서 향기도 짙었고
기쁜 태양을 보며
찾아오는 바람에 만족했던 시절은
그리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 기억으로
수많은 상처의 바삭거림에도
아직 편한 숨을 쉬고 또 슬프지 않다

반복되는 길에서
이제 같음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어도
스쳤던 하얀 볼의 소녀는
항상 내 옆에 있다

추억의 시간을 찾다
눈빛이 살아날 때면
시간을 따라 변해가는 감동의 시간이
지금과 함께 만져질 듯 다가온다

간직한 순간들은 이미 지나간 것
귀환점이란 표시가 보이고
더 달릴 수 없다

돌아서야 한다

물을 포기해야 하는 풀이
누렇게 변해가듯
모든 것들과 동행한 끝마디가
지금의 나라서 깊은 회한이 들지만
버려야 하는 이유이다

돌아서는 눈 가
풍경처럼 함께 서 있는 나의 시간들이여
인생은
후기를 알 수 없는 슬픈 여행이다

목적지가 있어야 여행이다. 없다면 떠도는 것일 뿐. 인생의 목적지는 살아있는 날, 숨 쉬는 순간까지이다. 그리곤 숨을 멈추고 멀리 떠나야 한다. 누구를 어디에서 다시 만날지는 알 수 없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해야 하는 여행 전에 지금하고 있는 여행에 최선을 다해보자. 그 다음 내가 한 여행에 대한 후기는 뭐라고 쓰일까. 또 얼마나 기억해줄까.

시인 정진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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