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파머시’ vs 약사회 “노! 이마트”…끈질긴 악연

김시우 기자 승인 2021.02.23 15:05 의견 0
이마트가 출원한 '노파머시'(위)와 대한약사회의 '노 이마트' (자료=특허청정보검색서비스, 대한약사회)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이마트가 최근 ‘노파머시’(No Pharmacy)라는 의약품 관련 상표를 출원하자 약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7일 ‘노파머시’ 상표권을 출원했다.

상표 출원된 ‘노파머시’는 특허 05, 29, 30, 32, 35 분류다. 분류 상품 목록에는 건강기능식품, 건강관리용 약제, 단백질 식이보충제, 당뇨병 환자용 식품, 비타민 및 미네랄보충제 등이 포함됐다.

이 중 ‘비처방 의약품(OTC)’과 ‘의료용 약제’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약사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국내 유통 대기업인 이마트가 특허청에 ‘노파머시’란 상표를 출원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당혹스러움과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머시’는 공익을 위해 법률이 보호하는 단어”라며 “‘노파머시’는 전국의 약국 및 약사를 부정하는 명칭이라는 점을 이마트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또 즉각적인 사과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국 2만3000여 약국에 ‘노! 이마트’(NO! emart) 포스터를 게시하고 불매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도 같은 날 노파머시 브랜드 출원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약준모는 “Pharmacy의 사전적 의미에는 약국뿐 아니라 약학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약학을 전공한 약사에게 pharmacy라는 단어는 학문의 표상이자 직능의 존재 근거”라며 “노파머시(NoPharmacy) 브랜드는 약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표현한다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약학이라는 학문을 부정하는 이미지는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는 문제”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약사법에 의해 약국이 아니면 약국의 명칭이나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며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대한민국 보건을 지탱하는 보건의료의 한 축인 약국을 폄훼하고 그 근간인 약학을 부정하는 뉘앙스의 표현을 브랜드로 사용하겠다는 발상이 과연 건전한 기업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 같은 논란에 이마트는 “상표를 출원한 건 맞지만 출시 일정이나 상품 라인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약사회가 대기업 진출로 기존 시장을 침범당할까 경계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약사 측과 신세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2016년과 2018년 영국 대형 드럭스토어 ‘부츠’와 잡화점 ‘삐에로쇼핑’ 때문에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대한약사회는 부츠의 스타필드 하남 입점 소식에 “신세계 산하 대형마트 매장에 약국이 들어선 경우는 있지만 이는 체인형 드럭스토어가 아닌 약사 개인 차원의 입점”이라고 강조하며 “어떤 형태로든 이것은 ‘대기업 영리법인 약국’의 성격을 띠고 국내 시장을 잠식해 나갈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수 만 가지의 상품을 판매하는 잡화점으로 건강 관련 제품을 한 곳에서 구입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됐다.

상당수가 약국을 기반으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인 데다가 낮은 가격으로 공급됐기 때문에 약국이 가격 경쟁에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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