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팩트’를 덜 말하는 언론의 거짓말

김경탁 기자 승인 2021.04.01 17:56 | 최종 수정 2021.04.01 22:32 의견 0

[토요경제=김경탁 기자] 원래 그런 줄 알고는 있었지만 요즘 우리나라 언론들이 내지르는 정치인 관련 보도를 보면서 ‘제 정신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다.

「임대료 인상률 5% 제한 등을 담은 임대차보호3법의 국회 통과 한 달 전이었던 지난해 7월, 이 법의 대표발의자중 한 명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유 아파트의 임대료를 기존 보증금 3억원-월세 100만원에서 보증금 1억원-월세 185만원으로 인상했다. 당시 전월세 전환율 4%를 적용하면 9.17% 인상이다.」

최근 대한민국 언론들이 쏟아내고 있는 박주민 논란 기사의 ‘핵심 팩트’이다.

내용은 분명 ‘팩트’가 맞다. 그러나 ‘팩트’를 말했다고 해서 그게 ‘진실’이라는 뜻은 아니다. 팩트를 둘러싼 또 다른 팩트의 일부 누락은 전체 맥락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설명했다.

반복되는 감은 있지만 계속 사실 확인이 이어져 다시 정리해 답변드립니다.
1. 언론에서 문제제기하고 있는 임대차계약은 기존 계약을 갱신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임차인과 새로이 계약한 신규 계약입니다.
2. 이 신규계약을 작년 여름에 체결한 이유는 “기간이 만료했고, 임차인 본인들이 소유한 아파트로 이주할 사정이 생겨서 더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임차인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특별히 시기를 조정하거나 한 바는 없습니다.
3. 이번 임대차계약은 위에서 언급한 바대로 신규 계약이기 때문에 갱신계약에 적용되는 ‘5% 인상 상한’이나 ‘전월세 전환비율’이 적용되진 않습니다. 이런 경우 가격산정은 통상 시세를 기준으로 하게 된다고 합니다.
4. 그래서 시세보다는 낮게 계약을 하려 했고 비록 그 폭이 작았지만 시세보다 낮게 계약하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의 권리보호를 주장했던 제가 임대료 책정에 소홀했던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더 덧붙일 게 없는 명료한 상황 설명이다.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피해를 입은 사람도 없으며 도덕적으로 비난할 여지 역시 전혀 없다.

도대체 이런 사안에 왜 ‘사과’가 포함되어야하는지 어이없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기는 하다. 차기 대선 판도를 가름할 것으로 예측되는 재보선이 코앞에 다가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억울해도 대의를 위해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꺼야하기 때문이다.

언론들에게 있어, 박주민 의원이 새로운 임차인과 월세 계약을 체결하기 두 달 전인 지난해 5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전세금을 4억3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으로 1억원(23%↑) 올린 사실은 전혀 조명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이를 ‘내로남불’로 설명하자면, 언론들에게 국민의힘은 ‘나’ 혹은 ‘우리’와 동격이라는 말이다.

‘팩트 누락’은 언론들이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을 ‘조지고’ 싶을 때 쓰는 수법이다.

그중 흔한 수법으로 ‘A가 B라고 말했다’는 구조의 기사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언론들은 B가 허위사실이거나 근거가 희박하고 허무맹랑한 소리라는 걸 알고 있더라도 ‘A가 말했다’는 것 자체는 팩트라는 핑계로 A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다. 그리고 굳이 B의 진위 여부나 정합성, 타당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앙심’이 ‘(기자의) 양심’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더욱이 언론들은 의혹이 터지면 벌떼같이 덤벼들어 크게 보도하면서, 그 의혹이 훗날 사실은 와전되었거나 명백한 허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이를 책임지지 않는다. 작게라도 보도하는 경우는 정말 아주 양심적인 경우이고 아예 못본 척 외면하는 언론이 대부분이다.

‘A가 B라고 말했다’는 기사들을 둘러보면 해당 매체가 평소에는 무시·외면하거나 심지어 혐오하던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거리낌 없이 그 발언을 가져다 인용하는 경우도 많이 찾을 수 있다.

물론 어떤 팩트를 토대로 “내로남불”이라느니 “내부정보 이용”이라느니 등의 비난을 하는 것은 ‘의견제시’이다.

사실 적시도 명예훼손으로 엄중히 처벌하는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은 ‘의견제시’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판례를 보여왔다.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갈구해 마지않던 ‘언론으로부터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수많은 A들은 쏟아지는 관심에 신이 났는지 B2, B3, B4…를 쏟아내다가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국 선을 넘어서 명예훼손죄를 범하고 사법적 단죄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예전에 만났던 한 자산가는 모 재벌그룹이 소유하고 있거나 새로 구매한 맹지 주변에 땅을 사두면 아무리 길어도 10~20년 안에는 개발이 되어서 그 혜택을 보게 된다고 자신의 부동산 투자 성공 비결을 자랑했다. 일종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자성공 비결인 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내부정보 이용으로 의심되는 투기활동이 적발돼 벌어진 난리를 보며 든 생각 중에 하나는 ‘개발정보’를 직접 만들어내서 이득을 얻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들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언론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들은 자기 스스로 개발계획을 만들었다고 자랑까지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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