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땅 팔아서 땅으로 투자를 한다?

김자혜 기자 승인 2021.04.07 17:47 의견 0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A씨는 서울 외곽서 10년간 수목원을 운영해왔다. 어느날 이 수목원이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대상이 됐다.

국가는 A씨에 토지보상금액으로 시세의 70%를 제시했는데 A씨는 시세대비 낮은 금액에 만족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A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현금 대신 토지를 20여평 받는 것으로 보상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A씨는 현금 대신 토지를 받은 사람들과 함께 지주공동 사업을 추진한다.

A씨가 토지를 받은 사람들과 함께 지주공동 사업을 하는 것을 바로 ‘대토리츠(REITs)라고 부른다.

리츠(REITs)는 부동산회사 또는 부동산투자신탁을 말한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 지분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 배당한다.

대토리츠는 리츠의 ‘자금’에 해당하는 것을 ‘토지’로 바꿨다. 위의 A씨와 같이 투자자들의 토지를 모아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대토리츠의 조건을 최근 완화했다.

앞서 국토부의 인가가 있어야만 토지를 모으고 이를 토대로 회사를 세울 수 있었는데, 이 규제를 풀어 인가 전에도 회사를 세울수 있도록 했다.

토지 보상을 활용하려는 이들이 빠르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양도세 감면율을 기존 15%에서 30%로 높였다.

정부가 대토리츠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토지보상금이 또다시 부동산투기자금으로 흘러들거나 주식 등 으로 쏠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3기 신도시를 통해 발생하는 보상금은 약 2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처럼 큰 규모의 자본이 다시 부동산 투기로 돌아오면 매매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 또 주식시장으로 유입된다면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버블을 부추기게 된다.

이처럼 대토리츠는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다.

위에 언급한 A씨의 경우 대토리츠 회사가 강남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에 투자했고 오피스텔 상가를 받았다. 처음 대토 보상으로 받은 토지는 당시 5억원대였는데 오피스텔 상가는 2014년 당시 8억원으로 뛰었다. 대토리츠의 투자의 성공적인 사례다.

대토리츠는 이같이 수익을 보는 사례도 있지만 부정적인 경우의 수도 동반된다.

A씨의 경우 서울시 노른자 땅인 강남구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사례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전체 토지 보상금 52조9950억원 가운데 대토보상을 받은 액수는 2조5983억원이다. 15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전체 보상을 받은 이들의 5%만 대토보상을 한 것이다.

토지주들이 대토보상도 꺼려하는 마당에 이를 재투자하는 리츠에 투자하는 경우는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뭘까. 만약 외곽의 농지에 농사를 직접 짓고 있는 사람이 대토 보상을 받을 경우 당장에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

설령 대토리츠에 출자를 하고 공동주택을 짓는 등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투자자에 이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일이 많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투자자는 채권을 쥐고 이자만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자금 여건이 여의치 않은 투자자는 결국 채권을 금융기관에 헐값 매각할 수도 있다.

모든 토지 주인들이 앞서 성공적으로 대토리츠를 이용한 A씨와 같은 여유를 갖고 있지 않다.

생계형 토지주에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보상 체계가 동반해서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대토리츠까지 유도가 어렵다 하더라도 대토를 통해 부동산 보상금의 부동산 재유입을 막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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