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불호甲·비주류·치약맛(?)…‘민트초코’의 역습

김시우 기자 승인 2021.04.08 15:19 의견 0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언제부터인가 서로 다른 취향에 유머가 섞인 반감을 표하는 것이 하나의 밈(meme)이 되어버렸지만 웬만하면 각자의 취향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이 싫어하거나 그 반대가 된다고 해서 “넌 왜 그러냐”고 묻는 것은 실례다.

음식 취향에 대한 논쟁은 오래된 인터넷 놀이문화다.

부먹(소스를 음식에 부어먹는 것)이냐 찍먹(음식을 소스에 찍어먹는 것)이냐, 피자 토핑에 파인애플은 옳은 것(?)인가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면서 내 인상을 찌푸려지게 만드는 음식이 있다면 ‘민트초콜릿’이 아닐까 싶다. 달콤함 뒤에 청량하면서 알싸한 맛에 위화감이 든다.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민트초코의 맛이 치약 같이 느껴지기만 할 뿐이다.

파인애플 피자와 함께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 순위에 항상 있지만 나름 역사가 깊은 맛이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의 민트초코맛은 지난 1948년 미국 본사가 개발했지만 유럽에선 16세기부터 초콜릿 원형인 카카오와 박하를 섞어 먹었다.

영국 유래설도 있다. 1973년 영국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의 딸인 앤 공주의 결혼식에 쓰일 디저트를 공모했는데 그 중 마릴린 리케츠라는 대학생이 선보인 ‘민트로열(Mint royale)’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 때 민트로열은 민트 추출액과 초콜릿을 배합하여 만든 아이스크림이다.

한국에선 배스킨라빈스코리아가 1990년 ‘민트 초콜릿칩’이란 이름으로 들여왔다. 민초는 도입 초창기 당시 ‘치약 맛이 난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렇다 할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렇게 매니아들만 찾으며 비주류로 치부되던 ‘민트초코맛’은 현재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민초단(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이 형성될 정도로 그 세력과 인기가 커졌다.

배스킨라빈스에서 민트초코맛은 상대적으로 호불호가 덜한 초콜릿과 아몬드 다음으로 누적 판매량 3위에 올랐을 정도다. 지난 1월에는 수입문제와 더불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제품이 많이 나가면서 가맹점 출하가 어려운 상황에까지 놓이기도 했다.

배스킨라빈스가 증명한 어마어마한 민트초코의 인기에 힘입어 식품업계는 민초로 만든 제품들을 앞 다퉈 출시했다.

대표적으로 배스킨라빈스는 4월 이달의 맛으로 민트초코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민초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케이크 등 각종 디저트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도 민트초코 쿠키를 다시 재출시했다.

레스토랑 애슐리는 민트보나라 떡볶이를 만우절 기념 가짜로 SNS에 선보였지만 민초단이 “출시해달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화제였다. 애경산업에서는 배스킨라빈스와 협업해 한정판 제품인 ‘민초 치약칫솔세트’를 선보인다.

잇따른 민트 관련 제품 출시나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의 높은 선호도를 보면 민트초코는 소수만이 즐기는 음식은 아니다.

다만 ‘민초는 소수취향’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표현이 오고 가는 탓에 민초단과 ‘반(反) 민초단’ 사이의 필요없는 실랑이가 종종 보이곤 한다. 취향은 취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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