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유통업계 수장들 줄줄이 불명예 퇴진…지금 필요한 건 ‘ESG’

김시우 기자 승인 2021.06.11 13:00 의견 0
지난달 4일 불가리스 사태로 고개 숙인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유통업계가 진땀을 빼고 있다. 최근 한 달여 사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식품·유통업체 수장들이 연이어 불명예 퇴진하면서다.

유통업계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도입이 필수불가결한 선택으로 꼽히는 분위기다. ESG와 거리가 먼 윤리·사회적 논란은 기업의 매출과 경영 방식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과 한 달여 사이 4명의 유통업계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 조윤성 GS리테일 사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 등이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이다.

앞서 남양유업은 4월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해 논란이 불거졌다.

허위 과장 발표 논란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받았고 결국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이광범 대표이사의 사퇴로 이어졌다.

이후 남양유업은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되며 57년 오너 경영을 마무리했다.

지난 4일에는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해임됐다. 구 부회장과 남매인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는 이날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21명의 신규 이사들을 추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를 선임했다.

구 부회장 해임에 대해선 그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구 부회장은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구 부회장은 본인을 포함한 이사 보수한도를 늘려왔으며 최근에는 이사보수한도를 초과로 사용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GS리테일의 조윤성 사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편의점 사업부에 손을 뗐다. GS리테일 측이 사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5월 초 논란이 된 남성 혐오 이벤트 포스터 논란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논란은 편의점 GS25가 가정의 달을 맞아 캠핑용 식품 등을 판매하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포스터 속 여러 상징물이 남성 비하 목적의 그림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GS리테일이 즉시 포스터를 삭제하고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이 나서 사과했지만 소비자의 불매운동까지 이어지며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린 상황이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는 지난 3일 무신사 임직원들에 이메일을 보내며 사퇴의 뜻을 전했다. 사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부터 이미 회사에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과 최근에 있었던 이벤트 이미지 논란으로 무신사에 실망한 고객분들과 피해를 본 입점 브랜드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20년 전 처음 무신사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 온 운영자와 대표의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은 올해 3월 무신사가 여성 회원을 대상으로 할인쿠폰을 발행해 남성 회원들로부터 ‘남녀차별’이라고 항의를 받았던 사안이다.

당시 무신사는 여성 상품에만 적용되는 할인쿠폰이라고 설명했으나 남성 상품에도 해당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조 대표가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무신사의 이벤트 홍보 이미지에 등장한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 의미를 담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GS25의 행사 포스터에서 문제가 됐던 것과 같은 맥락의 논란이다.

지난해 유통업계, ESG 관심 ‘낮아’…최근 적극적으로 도입 추세

유통업계 경영 화두로 ESG가 떠오른 데는 이 지표가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평가요소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됐지만 최근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요소가 됐다.

지난해까지 유통업계와 ESG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 유통업계의 ESG 경영 지수는 빅데이터 조사 결과 업계 중 가장 낮은 수치로 평가되기도 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아예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다.

지난 1월 빅데이터 전문 조사기관인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 36곳, 공공기관 22곳 등 333개사를 대상으로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에서 ESG경영 정보량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기업과 기관의 지난해 ESG 경영 정보량은 5만6032건으로 한 회사당 평균은 168.2건이지만 상위 톱10을 제외하면 82.3건으로 뚝 떨어질 정도로 상위권 회사에 편중돼 있다.

이 중 금융업계가 가장 ESG 경영 관심도가 높았다. 유통업계는 택배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업태 대부분이 ESG 경영 마인드가 가장 뒤처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많은 식품·유통기업이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각사별로 ESG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친환경 패키징 확대 등 환경 관련 ESG 경영 확대다. 유통업계가 소비자와 밀접한 업계이다 보니 친환경 부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물의를 일으킨 후 경영에서 손 떼다 슬그머니 돌아오는 꼼수는 더이상 소비자들에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전방위 분야에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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