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젠 은행 가려면 버스타야…” 금융소외계층 대책 필요

문혜원 기자 승인 2021.06.11 14:56 의견 0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 이제는 은행 점포 방문하려면 버스타고 가야되는 건가?
# 점포 축소 너무 빠른 거 아닌가요? 우리 부모님들은 은행 방문 선호하는데...대책 없나요?

디지털 비대면 영업확대로 시중은행들의 점포가 사라지는 게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지점 찾아 삼만리 행을 떠나야 하는 거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 점포 축소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 확장을 수익원으로 활용했던 은행산업 전반에 침체기가 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0년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이 국내 소비자 금융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기 시작해 국내 은행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씨티은행은 점포수를 39개로 줄이는 등 소매금융을 축소한 바 있다.

점포 축소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때는 지난 2017년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직후부터다. 이때 5대 시중은행의 경우 250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인터넷은행에 따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더 빨리 점포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점포를 운영하는 관리비용 부담을 줄이고 디지털 변화에 서둘러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은행권은 대부분 영업업무 전환을 모바일 앱이나 비대면 채널로 처리할 수 있게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디지털 서비스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지난해 점포를 300개 이상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작년 중장기적으로 현 지점 수의 86%가량(700여 곳)을 줄이는 점포 대수술에 착수했다.

단기적으로는 전국에서 지점 자산 기준 상위 117곳을 거점 점포로 선정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점포와 인력 통폐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씨티은행 등 7개 은행이 폐쇄한 점포 수는 3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은행들이 강남, 경기도 성남구 등 상대적으로 국민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을 제외하고 낙후된 지역에 속해있는 관악구·구로구·강북구 등 중심으로 점포를 없애고 있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지역차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A시중은행의 경우 구로구 지점을 거의 없애 은행 방문을 하려면 버스타고 다른 동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 불편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장애인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리며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로 60대 이상은 간편 결제 같은 비대면 금융에 대한 이용률이 2030 세대보다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기관차원에서 금융소외계층을 위해 금융공공성 목적으로 점포 기능을 운영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예로는 정부주도로 서민금융기관설립을 통해 별도의 소매금융 업무만 처리하는 시스템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또,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소매금융활성화를 높여 은행방문을 통해 대면거래 등 접근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금융편의성을 높이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앞으로도 이익을 더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계속 비대면 거래에 따른 인력축소와 디지털 영업 관련 내부 시스템을 확장할 것”이라며 “이외 다른 측면에서 금융공공성과 소비자보호가 함께 동반되는 방식의 대책을 정부가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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