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광주 건물 붕괴…건설업계 안전불감증 초래한 ‘인재’ 지적

지난해 사망사고 ‘제로’에서 사상사고 17명으로
감리업체 부재에 불법 하도급 가능성에 경찰 조사 중
해체계획서 ‘내 맘대로’ 정황 잠원동 사고 ‘판박이’

김자혜 기자 승인 2021.06.11 16:12 의견 0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와 묵념을 한 뒤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지난 1월, 2020년 한 해 동안 단 1건의 근로자 사망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점을 자축한 바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9일 발생한 광주 붕괴사고로 오명을 얻게 됐다.

이번 사고 이후 정몽규 HDC현산 회장은 연일 사죄하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관리·감독업체의 부재, 철거계획 미준수 등 정황이 드러나면서 ‘인재(人災)’ 가능성에 무게가 기울어지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건물 붕괴로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철거현장을 11일찾아 피해자를 기리고 헌화했다. 정 회장을 비롯해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헌화, 묵념 후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학동4구역 재개발 시공사다.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4구역에서 지하 1층 지상 5층의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 중 대로변 쪽으로 건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시내버스 한 대와 승용차 2대가 건물 잔해에 매몰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감리업체 부재에 불법 하도급 정황도

사건 발생 후 광주 지자체와 경찰 등이 사건 조사에 나서면서 현장 부실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발생 당시 감리업체가 상주하지 않은 데다 불법 재하도급 가능성도 있다.

지난 10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는 “감리업체는 비상주감리로 계약돼있고 당시 현장에 상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감리업체는 시행사 재개발조합과 계약한다. 이번 현장에서는 비상주 조건으로 계약하면서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사람 없는 유명무실한 계약이 됐다. 법적 허술함이 드러난 부분이다.

또한 철거를 진행한 기업이 HDC현산이 계약한 한솔기업이 아닌 광주 지역의 A 건설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법 하도급 정황도 포착됐다.

광주경찰청은 HDC현산이 2020년 9월 한솔기업과 철거공사를 맺은 사실을 확인해 한솔기업과 A 건설의 계약 시점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4항에서는 건설공사를 하도급받은 자가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하도급할 수 없도록 한다.

예외규정으로 일반건설업자가 하도급받은 건설공사 중 전문공사에 해당하는 부분은 발주자에 통지 후 해당 전문건설업자에 재하도급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경찰이 하도급(한솔기업) 건설사와 광주 A 건설사(재하도급)의 계약 시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2년 만에 ‘닮은꼴’ 사고…건설업계 안전불감증 ‘비상’

이번 사건은 2019년 서울 잠원동서 발생한 철거사고와 똑닮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당시 잠원동에서는 5층 건물을 철거하는 중 건물이 무너지면서 왕복 4차로를 덮쳤다. 도로에서 주행 중인 차량 3대가 매몰됐고 이 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잠원동 사건은 철거작업계획서에서 잭 서포트(지지대) 60여 개를 설치하기로 되어있었으나 현장은 40여 개만 설치됐다.

설치되었던 지지대는 공사기일 단축, 비용 등을 이유로 모두 해체됐다가 사고 전날 붕괴 조짐에 20개를 급히 추가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날 건물은 무너졌다.

이번 사고는 HDC현산과 하도급을 계약한 업체가 철거를 시작부터 불거졌다.

사건을 분석하고 있는 광주 동구청에 따르면 정황상 철거업체가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체는 지난달 25일 동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에서 3~5층 성토체(인위적으로 쌓은 흙)를 ‘쌓아’ 중장비로 철거 후 1~2층은 성토체를 제거한 뒤 철거하는 순서로 작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또한 층별 지지대 설치, 옥탑·슬래브·내력벽 등 순차 철거도 명시했으나 현장에서 과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현장 사진에서는 굴착기가 성토체를 쌓지 않은 채 저층 구조물을 부수는 장면이 나왔다.

한편 이번 사고로 지난해 근로자 사망사고 ‘제로(0)’를 자랑하던 HDC현산은 지난 2월 본사에서 자축한 지 3개월여 만에 현장 사상자 17명의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또한 건설사 중 지난 1분기 실적 또한 유일하게 악화한 바 있어 안전사고 발생으로 인한 ESG 평가하락 가능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졌다.

저작권자 ⓒ 토요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