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장조성자와 IBK배구단 내홍의 닮은점

김자혜 / 기사승인 : 2021-11-25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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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시장조성자에 대한 과징금이 축소될 분위기다.


지난 23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증권회사 최고경영진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권사가 필요한 책임 수준만큼 책임을 지도록 과징금 조정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성자는 2017년 도입된 제도다.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는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어 미리 정한 종목에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에서 운영한다.


현재 파생시장을 제외하곤 주식시장에 참여중인 시장조성자 증권사는 총 14곳이다. 이들 증권사는 코스피와 코스닥종목 각각 332개, 341개 등 총 663개에 대한 시장조성행위를 해왔다.


그런데 당국은 지난 9월경 시장조성자로 참여했던 증권사 9곳에 대해 4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갑작스럽게 통보했다.


당국은 증권사가 시장조성자 역할을 과도하게 해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판단했다. 유동성이 충분했는데 시장조성자들이 고(高)유동성 종목에 반복적으로 주문을 넣는 사례가 나왔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과징금 부과근거가 명확히 없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시장조성업무를 자처해서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다 큰 이익을 얻는 일도 아니었다. 시장조성자를 맡은 증권사들은 시장조성역할에서 손떼겠다며 한국거래소에 시장조성 의무 면제를 신청했다.


이후 한 달여만에 금융당국의 태도가 좀 달라졌다.


과징금 부과통보 이후 증권사에서 기간별 호가 정정, 취소과정에 따른 수익자료 등을 제출받아 검토해봤더니 상황이 좀 달라뵈는 모양이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과징금 자체를 무효화할수도 있다는 금감원 관계자 전언이 나오기도 했다.


다시 한달여가 지났고 정은보 금감원장이 직접 과징금 규모를 줄여주겠다는 입장을 낸 상황이다.


투자자단체는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정의정 대표는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자 지위를 반납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단 한 곳도 반납한 증권사는 없습니다. 노른자위 시장조성자를 포기할리가 없지요"라고 밝혔다.


한투연은 불법을 잡아낸 실무자들을 무능하게 만든 정 금감원장이 수장의 자격이 없다고 날선 비판도 더했다.


투자자들이 시장조성제도를 반대하는 것은 공매도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시장조성을 위해 주식선물 매수호가가 체결되어 있는데 시장조성 제도에 따라 같은 물량의 주식 현물을 매도하려고 할때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공매도를 일으키게 된다.


이는 예외적 공매도 허용이라는 것인데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매도에 예외가 발생한다는 것이 단순히 이해도 안되고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로선 불가항력의 쓰나미 같은 존재다. 그리고 외국인이나 증권사와 같은 거대 존재만 사용하기 쉬운 제도니, 더더욱 받아들일 이유가 만무하다.


특히 실제 증권사들이 무차입공매도(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것)를 실제로 했던 사례로 나오기도 해서 개인투자자들의 의심은 현실이 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해외증권사 10개사는 무차입공매도 금지를 위반해 과태료를 7억원을 부과했다.


증권사와 투자자입장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금유당국의 명확하지 못한 태도에 있다.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는지 충분한 검토 없이 '우선 지르고' 나중에 주워담는 방식의 정책은 관계된 이들의 혼란만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최근 여자배구리그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나왔다. IBK기업은행 배구단애서 한 선수와 코치가 팀을 무단이탈했다. 내홍이 불거지자 구단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이후 코치는 임시감독이 됐고 무단이탈을 했던 선수는 복귀를 희망했으나 IBK구단은 이번엔 선수를 임의해지하는 선택을 했다. 배구팬들은 내홍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수가 건강하게 땀 흘리고 정당한 승부가 좋아 응원하는 팬들은 배구판 전체에 대한 실망도 분리하긴 어려울 것이다.


금융당국의 시장조성자, IBK기업은행 배구단의 내홍 모두 책임은 수장에 있다.


상황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했고 확신이 있다면 외부여론에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쪽 눈치보랴 저쪽 눈치보랴 결정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결국 투자자와 증권사의 대립, 감독과 선수의 대립과 같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혼란으로만 그치면 다행이다. 대체로 혼란은 길어질수록 피해도 산탄총의 탄피처럼 잘게 부숴져서 곳곳에 흩어진다. 이렇게 발생한 피해는 낱낱이 눈에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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