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안법’ 불 지핀 춘치자명(春雉自鳴) HDC현산

신유림 / 기사승인 : 2022-02-0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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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사고 현장서 사과하는 정몽규 HDC 회장 사진=연합뉴스
붕괴사고 현장서 사과하는 정몽규 HDC 회장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신유림 기자] 잦은 중대재해로 골머리를 앓던 건설업계에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자조 섞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달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법)에 이어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이 이르면 이달 중 임시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건안법은 발주자, 설계, 시공, 감리자 등 모든 건설 주체에게 안전 책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 법을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는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소속 법인 역시 1년 이하 영업정지 혹은 매출액 3%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중대법은 사고 발생에 따른 경영진 처벌이 골자다. 안전 의무를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묻는다.


다만 중대법으로는 최고책임자를 제외한 다른 건설 주체들까지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간 대형사고 때마다 감리자 책임론이 제기됐으나 처벌할 수 없었다.


건안법은 사실 중대법에 앞서 2020년 발의됐다. 그러나 건설업계, 또 기업 논리에 동조하는 기득권과 언론들의 반발로 처리가 불발됐었다. 지나친 기업 옥죄기와 중복처벌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평택 물류센터 화재와 경기도 광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아파트 '아이파크' 붕괴사고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더는 그 같은 기업 논리가 통하지 않게 됐다.


더구나 HDC현산은 지난해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도 붕괴사고를 낸 중대한 ‘전과’가 있는 기업 아닌가. 또 HDC현산은 건설공사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결국 사퇴한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에도 허리를 굽히며 사죄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재벌과 대기업의 사과는 ‘개사과’일 뿐이라는 사실이 또 한번 증명된 순간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사퇴 결정은 오히려 사고 수습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꼼수용이라는 비난도 일었다.


물론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규제는 기업가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로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기업의 이윤창출은 착취이자 범죄다.

우리나라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지난해 458명으로 전년 428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적어도 2020년 한해 54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HDC현산 같은 기업이 정부에 지나친 규제라며 항변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란 뜻이다.


건안법에 의한 영업정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영업정지가 없다고 한들 HDC현산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 2년간 지은 아파트는 무조건 거르라는 말도 있다.


재개발, 재건축 시장에서는 HDC현산을 기피하고 있으며 기존 아이파크 아파트 매매가는 추락하고 있다.


춘치자명(春雉自鳴), ‘봄철의 꿩이 스스로 운다’는 뜻으로 제 허물을 드러내어 화를 자초한다는 말이다.


살살 기는 포수 앞에서 ‘나 여기 있소’라고 알려주는 바보 같은 꿩이 바로 HDC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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