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칼럼] 벤투 감독, 포르투갈 조국이여 잠시 안녕

김병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4-05 2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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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상대하는 게 처음이라 당황스럽지만 나부터 각오를 다지겠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대한민국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대한민국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가 불어오고 있다. 세계는 오는 11월 카타르에서 펼쳐지는 별들의 전쟁을 보며 축구 열기에 빠져들게 된다. ‘세계축구연맹(FIFA)’은 지난 2일 카타르 월드컵 조추첨을 실시했다. 본선에 오른 32개국은 추첨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 한국 축구 대표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올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할 각오다. 한국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국민이 밤잠을 못 이룰 것이다. 치킨과 맥주 피자가 동이 날 전망이다. 이날을 위해 치킨 가게들은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전국적으로 하루 매출액이 상상을 초월한다. 월드컵은 이처럼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팀의 예선 최대 관심사는 포르투갈 경기다. 포르투갈은 세계축구의 강호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나 호날두의 존재는 포르투갈의 경기에 관심을 두게 된다. 한국은 포르투갈 경기에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우루과이 가나와의 경기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뽐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은 코로나로 어려움에 지친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올려줘야 한다.


멋진 경기를 펼칠 때 그에 비례하는 매출증가가 이루어진다. 특히나 포르투갈전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조국이라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조국이여 잠시 안녕. 전쟁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난민의 얘기가 아니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현실이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국가대표 출신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도 참가했다.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한국과 조별리그 예선전에도 출전했다. 당시 경기에서 이영표가 박지성에게 넘겨준 공을 막지 못해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벤투는 2004년 은퇴 후 지도자로 데뷔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유로 2012에서 포르투갈을 4강에 올려놓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성과로 유로 2016까지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었다.


벤투 감독은 2018년부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한 한국 축구팀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벤투 감독은 뛰어난 지도력으로 한국 축구 대표팀의 10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이룩했다. 월드컵 출전의 목표를 이룬 벤투 감독의 꿈은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리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의 좋은 성적이다.


월드컵 16강을 넘어 8강을 이루려는 벤투 감독은 얄궂은 운명 앞에 놓였다. 한국은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함께 월드컵 본선 H조에 편성돼 조별리그를 펼치게 됐다. 벤투 감독이 목표를 이루려면 자신의 조국 포르투갈을 꼭 이겨야 한다. 그래야만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을 이룰 수 있다. 16강을 넘어 더 높은 곳에 이루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산맥이 포르투갈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으로서는 벤투 감독의 존재는 천군만마다. 지피지기(知佊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榺)이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의 사령탑을 역임했다. 누구보다도 포르투갈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 전술도 꿰뚫고 있다. 포르투갈 전력의 핵심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봉쇄되면 전력의 반을 잃게 된다. 벤투 감독과 호날두는 ‘사제지간’이다. 호날두도 벤투 감독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호날두만이 아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사령탑 ‘페르난두 산투스’의 제자다. 산투스 감독의 전술을 손바닥 보듯이 보고 있다. 산투스도 벤투 감독을 경계하고 있다. 산투스 감독은 인터뷰에서 “한국은 벤투라는 좋은 지도자가 팀을 이끌고 있다. 훌륭한 감독의 존재는 팀 전력에 무한한 영향을 준다”라고 했다. 벤투 감독의 존재가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뜻이다. 벤투 감독 역시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조국을 상대하는 게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내 자신부터 각오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예전의 사사로운 정은 이미 뇌리에서 지워졌다고 했다. 자신이 지도하는 한국만이 진정한 나의 팀이라고 애정을 나타낸다. 산투스 감독과 호날두도 오직 경쟁자일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팀의 성적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축구전문가들은 한국 대표팀의 최대 난적을 포르투갈이라고 진단한다. 객관적 전력으로 평가해도 맞는 말이다.


포르투갈은 FIFA랭킹 8위의 축구 강국이다. 많은 스타 선수들이 뛰고 있다. 한국은 FIFA랭킹 29위다. 벤투 감독은 전문가들의 이런 평가에 고개를 젓는다. 한국 선수들의 기량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한다. 한국에는 손흥민 선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기량과 투혼으로 똘똘 뭉친 흙 속의 진주들이 모여 있다고 제자들을 감싼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이 같은 조에 속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다른 팀의 전력분석에 힘을 더 쏟게 돼서 좋다고 말한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11월24일 우루과이와 조별예선 1차전을 갖는다. 11월28일에는 가나와 2번째 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12월2일엔 포르투갈과 운명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경기만은 꼭 이기고 싶어 한다. 포르투갈전 승리가 자신에게 베풀었던 조국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고 있다. 그리고 포르투갈전 승리로 한국인에게 무한한 기쁨을 선사하려 한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을 꺾어 세계 축구계에 카타르의 모래 폭풍을 일으키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세계 축구계에 자신의 지도자 능력을 확인시켜줄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벤투 감독은 조국 포르투갈의 은혜에 보답하고 자신의 축구 인생을 활짝 피우기 위해 크게 소리친다.


조국 포르투갈이여 잠시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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