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李대통령이 불 지핀 ‘주 4.5일제’…금융권, 속도보다 합의가 먼저

김소연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2 08: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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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 금융권 선도 기대…사회적 합의·책임의식이 선행돼야
▲ 경제부 김소연 기자.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금융권에서 ‘주 4.5일 근무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대선 공약이었던 데다 지난달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가능한 빨리 주 4.5일제를 도입하고 싶다”고 직접 언급하면서다. 정부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를 청사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금융권의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신용보증기금 노조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주 4.5일제 도입 여부를 공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금융권에서 노사 협의를 통해 논의가 공식화된 첫 사례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앞에서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삭감 중단’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출근길과 점심 시간대에 맞춘 시위였다. 금융노조는 지난해에도 같은 요구를 내걸었으나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해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번에는 대통령 발언이 촉매제가 되면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이 제도 도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여론도 이를 뒷받침한다. 채용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3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6.7%가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통계 역시 한국의 근로시간이 긴 상황임을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859시간으로 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길다. 독일·네덜란드·덴마크·프랑스는 1400시간 미만이고 한국 다음으로 긴 미국도 1810시간에 그친다.

그러나 현실적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금융권 중에서도 은행의 경우 영업시간 단축은 곧바로 국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도 오후 4시 종료를 두고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전국적인 영업망과 다양한 고객군을 상대하는 업종 특성상 단독 추진은 부담이 크다. 카드사·증권사 등 다른 업권과 발을 맞춰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또한 주 4.5일제를 금요일에 적용할지, 수요일에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시행 방식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제도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구체적인 방향이나 합의가 없어 선뜻 먼저 나서기 어렵다”며 “은행업은 산업과 민생 경제와의 연관성이 커 도입 논의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성 측면에서도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본지도 올해 초 4.5일제를 시범 운영한 뒤 하반기 부터 주 4일제로 전환했다. 임금 삭감 없는 완전한 주 4일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직원들은 한정된 시간 안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마치고 경영진에게 ‘업무에 지장이 없다’는 확신을 줘야 했다. 휴일에도 필요한 일이 생기면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주 4.5일제 역시 마찬가지다. 노사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하며 근로자 스스로 단축된 근무시간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지난 2002년 은행권이 업계 최초로 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다른 산업의 변화를 이끈 것처럼 이번에도 금융권이 사회 전반의 근로문화 변화를 견인하는 선도 사례를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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