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사 팬오션에 컨테이너선사 HMM 인수 시너지 기대
인수확정시 재계 13위로 도약...일각 승자의 저주 우려도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하림그룹의 품에 안길 전망이다. 하림이 지난달 본입찰에 참여한 동원그룹을 제치고 HMM 매각의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MM의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공사는 18일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 팬오션·JKL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978년 전북 인산의 자그마한 육계 농장에서 출발한 하림이 2015년 벌크선사 팬오션(옛 STX팬오션) 인수에 이어 HMM까지 품에 안으며 46년만에 종합물류기업이자, 거대 국적선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이 중견그룹 하림의 품에 안긴다. 산업은행은 18일 HMM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9월15일 오후 부산항에서 바이오선박유를 넣은 HMM 소속 현대타코마호가 출항을 앞두고 있다. <사진=HMM 제공> |
◇ 하림, 정량·정성 평가 모두 동원보다 높은 점수
대기업이 빠진 HMM인수전에 마지막까지 남은 하림과 동원그룹의 경쟁은 박빙의 승부였다는 전언이다.
하림은 채권단이 보유한 HMM주식 3억9879만주에 대한 인수가로 6조4천억원을 써내며 동원을 근소한 금액차이로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정량 평가는 물론 정성평가에서도 동원에 앞선 것으로 보인다. 자금조달 계획, 해운업 경험 등에서 동원에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 자기자본(에쿼티) 비중이 동원에 비해 높고 잡은 것이 채권단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본입찰 과정에서 쟁점사항으로 떠올랐던 HMM 영구채에 대해 하림측이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 논란을 겪기도 했으나, 막판에 이를 철회하며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는 후문이다.
하림과 채권단은 연내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중엔 HMM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하림의 재정상황을 고려할때 6조원이 훌쩍 넘는 인수비용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하림측은 "인수금융 규모가 2조원이 채되지 않으며 팬오션과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과 시장 조달 자금을 활용하면 인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한다.
실제 팬오션은 이미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했으며 호반그룹과 손잡고 약 5천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 ▲HMM이 자랑하는 2만4000TEU급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제공> |
◇ 자산 42조8천억으로 재계 랭킹 14계단 상승 예고
하림이 HMM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벌크선사 팬오션과 해양 컨테이너선사 HMM을 동시에 거느린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축산·식품그룹 이미지가 강한 하림으로선 2015년에 팬오션을 1조원대에 인수하며 꿈꿨던 종합물류기업으로의 원대한 꿈을 9년만에 실현하는 셈이다.
하림은 HMM의 인수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데 따른 시너지효과를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팬오션은 이미 국내 1위 벌크선사로 올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화물 1억t(톤)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8위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과 연계, 적지않은 상승효과가 발생할 기대하고 있다.
하림의 재계 순위도 10위권으로 껑충뛸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올해 하림의 자산은 17조원으로 재계 27위이다. HMM은 하림보다 8조8천억원 많은 25조8천억원에 달한다.
하림과 HMM의 자산을 합치면 총 자산규모가 42조8천억원으로 늘어나며 단숨에 재계 13위로 도약한다. HMM 하나 인수로 재계 순위를 무려 14계단이나 끌어올리는 것이다. CJ그룹(40조7천억원)보다는 한계단 위이고 통신그룹 KT(45조9천억원) 바로 아래다.
| ▲하림이 닭고기업체에서 출발, 46년만에 HMM을 인수하며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11월 1일 '푸디버디'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업황 부진·노조 반발 등 넘어야할 과제 산적
하림의 HMM 인수가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해운업 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진 탓에 인수 타이밍이 좋지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3분기 HMM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7% 급감한 것이 현재의 해운업황을 한마디로 함축한다.
하림의 재정상태를 고려할때 덩치가 더 큰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자칫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노조의 강한 반발도 하림으로선 꽤나 골치아픈 문제다. HMM 노조는 18일 하림이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하림이 HMM보다 자산 규모도 작고 컨테이너선 운영 경험도 없다"며 졸속 매각에 대해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전정근 HMM해원연합노조위원장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투쟁할 생각"이라며 그게 파업이 됐든, 출항 거부가 됐든, 준법 투쟁이 됐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MM이 보유한 10조원 이상의 현금이 하람그룹의 돈줄로 전용될 것이란 우려의 시각도 만연돼있다. 하림이 막대한 인수비용을 어떤식으로든 HMM자금으로 메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하림이 과연 여러가지 난제를 극복하며 HMM인수를 원할하게 마무리하며 명실상부한 메이저 국적선사이자 글로벌 해운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