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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형 편집국장 |
미국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이전 단계에서 방대한 재산·세금·이해충돌·전력 자료를 제출하고, 연방수사기관과 윤리기구의 검증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허위 제출이나 고의적 은폐가 드러날 경우, 후보자는 단순 낙마를 넘어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다. 청문회는 정치적 절차이기 이전에, 이미 법적 책임이 전제된 검증 과정이다. 거짓말은 리스크가 아니라 범죄가 된다.
반면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구조적으로 ‘처벌 없는 검증’에 머물러 있다.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드러나더라도, 대부분 정치적 책임이나 도덕적 비난에 그친다. 형사적 책임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시 말해, 한국의 인사청문제도는 검증은 있지만 책임은 없는 반쪽짜리 시스템이다.
청와대나 정부기관이 아무리 정교한 검증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도, 제출 자료 자체가 사실이라는 전제 위에 서지 않으면 실효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구조는 후보자의 양심과 자발적 성실성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양심적인 인물이라면 스스로 결격 사유를 인정하고 후보직을 고사하겠지만, 욕심에 눈이 먼 인물이라면 얼마든지 사실을 왜곡하거나 숨길 유인이 생긴다. 문제는 이때 제도를 통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최근 불거진 이혜훈 후보자 사례가 상징적이다. 사실관계가 다르게 드러났음에도, 허위 진술 자체에 대한 제도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시스템은 후보자의 도덕성에 기대다 실패했고, 사회적 비용만 남겼다. 이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구조적 결함이다.
이제 인사검증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최소한 미국처럼 허위 사실 제출이나 고의적 은폐에 대해 명확한 처벌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단순 낙마로 끝나는 구조에서는 거짓말의 유인이 사라지지 않는다. 허위 제출이 형사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명확한 신호가 있어야, 후보자는 제출 단계부터 사실관계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된다. 이는 검증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청문회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동시에 낳는다.
물론 제도의 강화는 또 다른 부작용도 동반할 수 있다. 마타도어식 폭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 보도, 정치적 음해가 난무할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책임은 후보자에게만 지워져서는 안 된다. 허위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하거나, 사실 확인 없이 여론을 왜곡한 언론과 기자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묻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제도는 균형을 갖는다.
결국 인사청문회의 신뢰 회복은 ‘도덕성 경쟁’이 아니라 책임 구조의 설계 문제다. 거짓말을 해도 큰 대가가 없는 시스템에서는, 어떤 검증 장치도 근본적 신뢰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제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질문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단계가 아니라, 거짓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로 진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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