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곡물협정 종료 이어 곡물거점 대공습...'곡물대란' 재개되나

김태관 / 기사승인 : 2023-07-19 10: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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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대교 폭파 보복 일환 흑해곡물협정 1년만에 종료 선언
밀 등 국제곡물가 꿈틀...국제사회 맹비난 등 반전 변수로
▲러시아의 공급으로 위기에 노출된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의 곡물 저장소. <사진=연합뉴스제공>

 

러시아가 17일(현지시간) 흑해곡물협장을 종료한 데 이어 곧바로 흑해 소재 우크라이나 곡물수출 거점에 대한 대공습에 나섰다. 

 

우크라이나의 크림대교 폭격에 대한 일종의 보복조치에 나선 것인데, 러시아의 곡물을 볼모로한 도발에 곡물대란을 우려, 국제사회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도 불구, UN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작년 7월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에 따라 국제 곡물가격은 안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에 흑해곡물협정의 추가 연장이 불발됨에 따라 세계 곡물공급의 절대량을 차지하는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에 차질이 우려된다.

 

■ 러,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 거점 오데사항 공습 


크림대교 폭발을 기점으로 러-우 양국간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곡물수급이 원할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감에서 벌써부터 밀 등 일부 곡물가격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곡물시장의 1, 2위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수단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식량부족 국가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지역에선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선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일부 지역의 식량난이 다시 불거지는 것은 물론 곡물 수급의 차질로 인한 국제 곡물가 폭등 등 곡물대란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해온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17일(현지시간) 자정을 기해 만료됐다고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흑해곡물협정을 기반으로 전쟁 중에도 곡물 약 3300만t을 전 세계에 수출, 곡물가격 안정에 기여했다. 

 

러시아 역시 지난 5월 17일 흑해곡물협정을 추가로 2개월 연장하는데 합의했으나 크림대교 피격 이후 입장이 돌변하며 이날 협정종료를 선언했다. 흑해를 통한 러-우 곡물수출 상황이 1년 만에 흑해협정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우크라이나측은 협정종료에도 불구,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강행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흑해 항로를 통한 식량 안보 및 공급을 회복하기 위해 책임 있는 국가들과 협력하기로 구테흐스 UN사무총장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측은 이에 18일(현지시간) 드론(무인기)과 탄도미사일까지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 거점인 오데사 항구를 필두로 남부와 동부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는 등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데사항은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에서 수확한 곡물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관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온 곡물 수송선은 러시아 흑해함대가 위치한 세바스토폴 등 크림반도 인근을 가로질러야 하는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러시아는 전날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며 항행 안전보장을 철회한다고 우크라이나의 독단적인 곡물 수출을 우회적으로 협박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흑해 서북쪽 해역의 임시 위험지역 체제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의 독자적 곡물 수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곡물협정 파기에 핵심 곡물수출거점인 흑해에 전운이 감돌면서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은 한때 부셀당 6.81달러로 3.0% 치솟기도 했다. 옥수수 가격도 부셸당 5.21달러로 1.4% 반짝 상승하는 등 국제 곡물시세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러, 협정 중단 속 여지 남겨...튀르키예 중재 주목

현재로선 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 폭격을 명분으로 러시아가 10만명대의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동북부 리만-쿠피안스크 지역에 집결시켜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곡물협정 중단에 따라 서방 군대와 러시아군의 직접 충돌 우려가 커졌다는 진단까지 나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전세계로 실어나르는 선박. 러시아의 곡물협정 종료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독자적인 수출을 감행한다고 맞서면서 흑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총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토가 곡물선 호위가 필요하다고 결정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닥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러시아가 무모하게 행동할 경우 러시아 흑해함대와 나토 군함이 직접 맞서는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몇가지 상황을 호전시킬만한 긍정적인 변수는 남아 있다. 우선 러시아의 일방적 곡물협정 종료선언과 곡물거점 공격 이후 들끓기 시작한 국제사회의 비난이다. 

 

가뜩이나 고립무원의 상황으로 내몰려있는 러시아로서도 국제사회의 총체적인 비난 여론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곡물수급 안정을 명분으로 곡물수송의 안전을 원하는 서방진영과 나토(NATO)의 적극적인 대응, 그리고 나토 일원이면서 흑해지역 최강국 튀르키예가 또다시 중재자 역할에 나설 경우 의외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러시아가 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도 이번 사태가 곡물대란이란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러시아측은 실제 "협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러시아와 관련된 사항이 이행되는 즉시 협정 이행에 복귀할 것"이란 단서를 달았다. 자국 농산물과 비료 수출을 보장한 서방 진영의 약속을 이행하면 흑해협정을 재개하겠다는 뜻이다.

 

국제 곡물수요가 위축돼 있는 것도 향후 공급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선 긍정적인 변수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등에서 밀 공급이 늘고 있고, 세계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뎌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는 점도 곡물대란을 제한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러시아는 지난 1년 간의 협정기간 중 몇차례 불만을 토로하며 이탈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 비춰 어느 정도 명분만 세워주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다분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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