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 미래다] 프로야구 LG 2군 감독 출신 박용진 씨, 다문화가정 어린이 지도에 삶의 보람느끼며

김병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8-11 11: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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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은 죽지 않는다. 후학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 다문화가정 어린이 야구단 지도에 보람을 느끼는 박용진 감독 <사진=김병윤 대기자>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이다.” 맥아더 장군의 유명한 연설이다. 노장은 어떤 의미일까.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이다. 수많은 경험의 소유자다. 인생의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 멈춰야 할 때도 일러준다.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쌓은 경험이 있어서다. 그래서 노인은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노인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쩌겠는가. 사회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인데.

인생 70을 살게 되면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물 흐르듯 순리에 맞춰 살게 된다. 그들은 각 분야에서 젊음을 불사르며 열심히 살아왔다. 그리고 은퇴를 한다. 은퇴 후에는 허탈감에 빠지기도 한다. 해야 할 일이 없다. 친구도 멀어진다. 외톨이가 된 심정이다. 노인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노인들은 원한다. 자신의 경험을 후손에게 알려주고 싶어 한다. 사회봉사를 바란다.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노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봉사의 영역이 좁다. 노인들의 다양한 경험과 기술이 묻혀 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 자신의 기량을 후학양성에 쏟는 야구인이 있다. 허구연 무지개 리틀야구단의 박용진 감독. 올해 75세의 열혈남이다. 나이를 잊은 채 어린이를 가르치고 있다. 박 감독은 지도자로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

프로와 아마야구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1977년 모교인 선린상고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대통령배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이후 대광고, 신일고 감독을 거쳤다. 1984년에는 MBC 해설위원도 했다.

박 감독은 1985년 프로야구에 발을 내딛었다. MBC 코치로 부임했다. 부드러운 성격의 박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인기를 받았다. 감독들이 코치로 와 달라 했다. 거쳐 왔던 팀이 다양하다. MBC, 태평양, 삼성, 한화, 우리 히어로즈 코치를 역임했다. 2009년 6월에 지도자 생활을 끝냈다. 중간 중간 후배들 양성에도 힘썼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선수들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재능기부였다.

▲ 2016년 한.베트남 친선 야구대회에 출전한 무지개 어린이 야구단. <사진=김병윤 대기자>

 

이런 박 감독이 65세에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재능기부의 길로 들어섰다. 2012년 허구연 무지개 리틀야구단 감독으로 취임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로 구성 된 팀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어린이로 이뤄졌다. 보수는 없었다. 그래도 즐거웠다. 보람도 느꼈다. 10살 안팎 어린이들 장난에 웃음이 절로 났다. 승부의 세계인 프로야구에서 절대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이었다. 손자보다 어린 꼬마들의 동심에 젖어 들었다.

박 감독은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리틀야구단 훈련을 손꼽아 기다린다. 태국에 가있는 손자를 못 봐서다. 꼬마들의 재롱을 보며 손자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선수단 훈련장에는 언제나 웃음꽃이 핀다. 어린이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장난을 친다. 할아버지 심정으로 포근하게 받아준다.

▲ 2016년 한.베트남 친선 야구대회에 출전한 무지개 어린이 야구단. <사진=김병윤 대기자>

 

박 감독은 다문화가정 야구팀 감독으로 느낀 보람과 아쉬움을 가감 없이 밝힌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대부분 생활이 어렵습니다. 부모들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야구단에 와서 예의범절을 배우고 협동심도 배웁니다. 야구를 통해 적응하고 성장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낍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빨리 한국화 돼야 합니다. 한국사회는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앞으로 한국사회를 버텨줄 재목인 겁니다. 우리 팀에 재능 있는 어린이가 있어요. 후원자가 있으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이런 어린이를 후원할 분이 있으면 좋겠는데 어렵네요. 안타까울 뿐이죠."

박 감독 말에는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노병의 진솔함이 묻어난다. 다문화 자녀들에 대한 애정이 흘러넘친다.

박 감독은 32년간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처절하게 살았다. 이겨야만 존재하는 전쟁터에서 살기위해 몸부림 쳤다. 그런 박 감독의 머리에는 어느덧 서리가 내렸다. 정수리에는 벌판이 생겼다. 얼굴의 주름은 삶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그 얼굴에는 평안함이 자리 잡았다.

박 감독은 지도자 성공의 비결을 나지막하게 얘기한다. "지도자는 선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실패합니다."

박 감독의 이런 철학에는 깊은 뜻이 숨어있음직 하다. 남은 인생은 다문화가정 어린에게 꿈을 심어주고 용기를 줘 대한민국의 동량으로 커 가는데 힘쓰겠다는 각오가 묻어난다.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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