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휘발윳값 위 경윳값'...가격역전에 업계 파장 '일파만파'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2 1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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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에 휘발유 추월, 업계 원가부담 '울상'...우-러전쟁 장기화로 당분간 초강세 예상
▲경윳값이 14년만에 휘발윳값을 넘어서 경유차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물론 각종 물류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아주 오랜기간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보다 저렴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늘 경유 가격이 일정 격차를 두고 휘발유 가격 아래에 있었다. 다소 유동적이긴 했으나 통상 15~20% 정도 차이를 보였다. 환경 오염에 대한 영향이 크고 상대적으로 소음이 많은 데도 불구, 소비자들이 경유차를 찾는 이유 중에 하나도 값싼 경유를 사용함에 따라 유지비가 적게 들게 때문이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경윳값이 휘발윳값 위에 오르는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몇 주전 부터 경윳값이 휘발윳값보다 비싼 주유소가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공식적으로 마침내 휘발윳값을 추월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947.6원으로 휘발유 평균판매가격(1946.1원)보다 1.5원 더 높게 나타났다.


휘발윳값은 전날보다 2.3원 올랐지만, 경윳값은 하루 만에 6.1원 오르면서 마침내 가격이 역전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일선 주유소에서 경우가 더 비싼 주요소가 3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평균 경윳값이 공식적으로 휘발윳값을 추월한 것은 14년만이다.

우-러 전쟁이 빚어낸 기현상
이러한 가격역전 상황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개연성이 높다. 국제 유가 시세 흐름상 휘발윳값 상승폭보다 경윳값 상승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시세가 그대로 반영되는 우리나라 역시 경유의 가격 상승폭이 휘발유를 압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싱가포르 석유 현물 시장에서 경유 가격은 연초대비 80%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휘발윳값 상승률은 연초 대비 50%대 수준이다. 경유가 약 20%포인트 가량 더 상승한 셈이다.


경유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큰 이유는 글로벌 경우 수급 상황과 경우가 가지는 폭넓은 활용성에 기인한다. 우선 우-러 전쟁의 당사자인 러시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최대 경우 수출국이다. 우-러 전쟁에 직접 개입 대신 강력한 경제제재로 맞불을 놓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세계 경유 수급체계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 것이다.


유럽의 러시아산 경우 수입 충당 비중은 무려 60%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엄청난 수요가 다른 국가로 몰리다보니 일시에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수요가 갑자기 급증한다 해서 즉시에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원자재류의 특성상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게다가 냉정히 보면, 다른 산유국 입장에선 국제 경윳값 급등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상황에 굳이 증산을 통해 가격을 내려줄 이유가 없다. 글로벌 석유시장에서 초강대국 미국의 입김이 많이 약화된 것도 당분간 경우 등 석유류 가격이 고공비행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해석된다.

고물가 사태 더 부채질할 악재
문제는 우리나라다. 경유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충당하는 우라나라로선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유값으로 인한 파장이 상대적으로 더 크고 넓다. 특히 경유는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용 분야가 넓다. 개인용 디젤자동차는 물론 상업용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쓰인다. 실제로 경유는 제조업은 물론 유통업, 농업, 수산업, 금속업, 건설업 등 산업 전반에 이용된다.


경윳값의 급등은 각종 화물차들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 물류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다. 유조선, 기차, 트럭 등 경유를 주로 사용하는 업종 특성상 원가 부담이 늘어 관련 물가 상승으로 옮아갈 개연성이 매우 농후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25톤 화물차 한대를 운영할 경우 보통 월매출이 350만원 정도인데, 경윳값 인상분이 약 100만원에 달해 각종 비용을 뺀 순수익이 150만원대로 급감했다"면서 운임료 상승을 기업에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경윳값 인상의 파장이 결국 소비재 가격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가 생기는 대목이다. 경윳값 급등이 각종 원자잿값 상승을 유발해 각종 소비재 물가가 줄줄이 인상하는 상황을 더욱 부채질할 악재중의 악재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다른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최근 경윳값의 가파른 상승세가 물가상승을 불러오고, 이로인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내수시장 전체를 냉각시키는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더 걱정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입장에서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게 더 큰 걱정이다. 유류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당장에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 등 일부 국가처럼 비축유가 넉넉해서 정부 차원에서 공급을 풀어 가격을 잡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물가관리에 사활을 걸고있지만, 석유류만큼은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워 고민만 늘어가고 있다.


특히 윤석열정부는 외교적으로도 한미일 간 3각공조체제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는 알고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윳값을 잡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우-러 전쟁의 종식 내지는 휴전에 전적으로 기대야할 형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우-러 전쟁의 장본인인 러시아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우-러 전쟁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적지않다.


그렇다고 정부 입장에선 팔짱만 낀 채 러시아 눈치만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안이 매우 궁색해 보이지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집권 초기부터 고물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큰 새정부로선 전반적인 고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경윳값의 기형적 상승을 최대한 억제시킬 묘책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경윳값 상승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관련 업계에 단순한 퍼주기식 지원책으로는 그 효과도 단기간에 그칠뿐더러 한계가 분명이 있다. 소상공인 코로나 손실보장, 취약계측 특별 생계지원 등을 위해 이번 추경에 편성, 국회동의를 앞둔 예산만 무려 30조가 넘는 상황에서 재정악화가 볼보듯 뻔하다. 

 

업계에서 유류세의 차등 적용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분위기에서 비롯된 얘기들이다. 특히 지난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맞춰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30% 인하한 것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30% 인하함으로써 기준 가격이 높은 휘발유가 상대적으로 더 인하 효과를 누려, 결국 가격역전 현상을 야기했다는 얘기다. 유류세의 일괄 인하가 아닌 차등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중교통·물류 업계의 부담 경감을 위해 이달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지원 중인 영업용 화물차, 버스, 연안 화물선 등에 대해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대폭 확대하고, 지원기간을 적어도 연말까지 늘리는 것도 현실적인 한 대응방법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윳값의 초강세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 사태와 우-러 전쟁으로 촉발된 총체적인 석유제품 수급난 때문이란 점에서 근본적인 대응책을 찾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러나 '뜻이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정부 스스로 묘안을 찾아내야할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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