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리미엄TV 시장에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LG전자의 올레드TV |
IT강국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구가하는 제품이 제법 많다. 양적, 질적으로 부동의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를 필두로, 양은 몰라도 기술 만큼은 경쟁국을 압도하고도 남는 디스플레이, 전자·통신·자동차 등의 심장 역할을 하는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군은 경쟁국들이 호시탐탐 추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이 제품군을 아예 후발국이 추격할 엄두도 못 내도록 '초격차' 아이템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이들 몇몇 세계 1등 제품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한국산 TV는 이미 세계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는 독보적인 가전제품이다. 소니 아성을 무너뜨린 삼성이 16년째 세계1위에 올라 있다. 또 TV시장을 주도하는 중대형 프리미엄 TV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지배력도 가공할만하다. 50%가 넘는 마켓셰어는 TV시장의 트렌드를 좌지우지할 만큼 가동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은 단품 성격의 부품이지만, TV는 수 백 개의 부품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 융합돼 하나의 제품으로 탄생하는 '종합 예술'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 만큼 TV는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정부의 정책적인 '초격차' 아이템 육성에 TV도 결코 빼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 위축 속 삼성·LG만 상승세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산 TV, 즉 'K-TV'의 기세는 여전하다. 코로나도 막지 못할 만큼 한국산 TV는 세계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선의의 경쟁이 모두의 발전을 이룬다'는 말이 실감나듯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TV시장 마켓셰어는 더욱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 일본 등 후발국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린 상태다.
지난 1분기 글로벌 TV시장의 성적표가 이를 여과 없이 증명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삼성전자는 30% 이상의 시장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세계 1위의 쾌거를 올린 삼성으로선 17년 연속 1위 기록을 예약한 셈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LG 역시 전략 아이템인 올레드(OLED·)TV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출하량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째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글로벌 TV 시장이 쪼그라 들었음에도 삼성과 LG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된 것이다. 실제 지난 1분기에 TV는 전세계적으로 4907만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도 1분기에 총 256억7500만달러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 줄어들었다.
전체 시장은 쪼그라 들었지만, 삼성과 LG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특히 두 회사가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고부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경기가 불황일 수록 상류층 소비자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수요는 더 늘어난다는 시장의 속설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네오(Neo) QLED 8K를 전면에 내세운 삼성은 1분기에 QLED TV부문에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25% 더 많은 총 252만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체 QLED TV 판매량 330만대 중 76%에 달하는 독보적인 성과다. 이로써 삼성 QLED는 2017년 이후 만 5년 만에 누적 판매 2800만대를 돌파했다. 삼성 측은 이런 추세라면 올 2분기까지 3000만대를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분기 삼성 QLED 매출에서 미니 LED를 적용한 네오 Q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해 삼성의 미니 LED 적용 전략이 먹혀들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눈에 띄는 올레드TV의 성장세
삼성의 강세는 상대적으로 판매가격과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TV 중심으로 이루어져 더욱 의미가 크다. 실제 삼성은 75형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40.7%, 80형 이상에서 48.1%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하며 초대형TV 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가격 기준으로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급 TV 시장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9.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p, 전 분기 대비 6.9%p 상승한 수치다.
LG의 상승세도 무시할 수 없다. LG는 최상위급 프리미엄TV 라인업인 올레드TV가 역대 1분기 출하량 기준 최다 기록을 냈다. LG의 올레드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92만4600대였다. 1분기에 전 세계에서 판매된 LG 올레드 TV의 평균판매단가(ASP)는 1615.6달러, 한화로 약 204만원대로 같은 기간에 판매된 LCD TV의 ASP 485.1달러(약 61만원)보다 무려 3배 이상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양을 판매해도 LG의 매출과 수익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이다.
경쟁 제품인 LCD TV 출하가 점차 줄어들고, 반대로 OLED TV는 늘어나고 있는 점도 LG 입장에서 보면 매우 반가운 시장 흐름이다. 그만큼 올레드TV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실제 전체 올레드 TV는 1분기 출하량이 작년 동기 대비 무려 24.7% 늘어난 148만6천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LCD TV 출하량이 5% 줄어든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다.
OLED 기반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그야말로 초격차 상태이다. 전체 올레드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마켓셰어가 무려 62.2%에 달한다. 'OLED TV=LG'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올해로 딱 출시 10년 차에 접어든 올레드TV는 LG의 전략 아이템이자 효자 아이템으로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전망도 밝다. 옴디아측은 "올레드 TV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속 성장이 전망된다"며 올해 올레드 TV 출하량이 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갈수록 멀어지는 중국의 추격
불황 속에서도 삼성과 LG의 상승세는 글로벌 마켓셰어 변화에 그대로 반영됐다. 업체별로 매출 기준 마켓셰어를 보면 삼성은 전분기 대비 5.2%포인트(p) 더 늘어난 32.9%를 기록했다. 2위 LG와 15%포인트 가량 격차를 둔 부동의 1위다. LG 역시 17.7%로 2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두 업체의 약진으로 'K-TV'는 글로벌 마켓셰어 50%(50.6%)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과 LG의 뒤로 중국의 TCL(8.0%)과 하이센스(7.6%)가 힘겨운 추격을 이어갔다. 그 뒤는 한때 세계 TV를 쥐락펴락 했던 소니가 차지했다. 소니는 7.6%의 점유율로 추락한 전자왕국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중국 업체들은 저가의 중소형 TV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음을 데이터로 증명했다. 1분기 TV시장 점유율을 수량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22.5%로 1위, LG가 12.6%로 2위를 차지한 가운데, TCL(10.9%), 소니(8.7%), 하이센스(6.1%)가 바싹 추격하는 양상이다.
이는 삼성과 LG가 부가가치가 낮은 중소형TV 보단 중대형 프리미엄TV에 집중하고 있는데 따른 반사효과 때문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TV 시장이 대형 프리미엄 TV 위주로 재편돼 관련 기술면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는 삼성과 LG의 초격차는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프리미엄TV는 최첨단 부품소재 기술은 물론 하이엔드 디자인과 SW기술 등 융합적인 기술 축적을 요구, 이젠 중국의 추격권에서 완전히 멀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