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FIFA게임' 시리즈 중단 위기, FIFA의 과욕이 부른 참사?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1 13:05:46
  • -
  • +
  • 인쇄
EA에 과도한 라이선스료 요구, EA 판매중단 맞대응...FIFA 재협상 나설지 주목
▲EA가 FIFA와의 라이선스 재계약에 실패하며 FIFA게임시리즈 판매중단을 발표해 주목된다. 사진은 게임 'FIFA22'에 등장하는 프랑스 축구스타 음바페.

 

게임판에는 오랫동안 유저들의 인기를 누리는 스테디 셀러가 많다.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게임 특유의 중독성 때문이다. 유저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게임 개발사들은 하나의 창작게임이 빅히트하면 반드시 그 IP를 활용한 후속작을 내놓으며 시리즈물을 이어간다.


적어도 한국시장에서 만큼은 불멸의 히트작으로 불리우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컴퓨터게임의 대중화, 게임의 스포츠화, PC방산업 발전 등의 혁혁한 공을 세운 메가 히트작인 스타크래프트 처럼 후속작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빅히트작의 시리즈화는 업계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스테디 셀러이자 장기 시리즈물인 스포츠게임의 대명사 'FIFA시리즈'가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라이선스 제공자인 국제축구연맹(FIFA)과 라이선시이자 FIFA게임 개발사인 미국 EA(일렉트로닉아츠)의 라이선스 연장 계약이 불발된 탓이다. 1993년 이후 약 30년간 유지돼온 EA와 FIFA의 밀월관계가 깨진 셈이다.


특정 라이선스를 활용하여 부가 콘텐츠를 만드는 개발사들은 라이선스 제공자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더 이상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 새로운 시리즈물을 개발하는 것이 원천봉쇄된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1억5천만명의 팬덤을 보유하며, FIFA 주관의 실제 축구리그나 이벤트 못지않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온 FIFA게임시리즈가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FIFA의 무리한 요구가 발단
EA와 FIFA의 결별은 재계약 협상에서 FIFA측의 무리한 요구가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라이선스제공자인 FFA가 라이선시인 EA측에 과도한 사용료를 요구하고 나선 것. FIFA는 그동안 EA에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연간 1억5000만 달러, 한화로 약 1900억원의 라이선스 사용료를 받아왔는데, 재계약을 추진하면서 2배 이상 인상안을 강하게 밀어붙여 EA측이 손을 들었다는게 뉴욕타임즈 등 현지언론의 전언이다.

 

FIFA가 라이선스 사용료를 대폭 인상하려는 것은 EA측이 1993년 FIFA게임 첫 출시 이후 200억 달러(약 25조 5000억원)가 넘는 누적 매출을 기록, 엄청난 부를 창조한 만큼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게 표면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실상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FIFA 주관의 오프라인 축구리그와 대형 이벤트가 연기 내지는 크게 위축돼 수익이 급감한 것을 라이선스 게임사인 EA에 전가하는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월드컵축구 등 크고작은 다양한 대회나 리그를 주관하는 FIFA는 그동안 지나치게 상업성을 띠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사태의 영향으로 FIFA수익이 급감한 반면 비대면업종인 게임의 특성상 EA는 상대적으로 득을 본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갑자기 라이선스 사용료를 2배이상 늘려달라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 처사"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FIFA가 라이선스 사용료 대폭 인상과 함께 EA가 출시하는 다른 컴퓨터게임에 대해 각종 권한을 행사한다는 무리한 조건을 제시한 것도 EA측이 먼저 연장계약 불발을 선언하며, 시리즈의 판매중단을 발표한 것으로 해석한다.

EA, FIFA 대체게임으로 승부수
FIFA측과의 라이선스 연장 계약 불발을 선언한 EA측의 입장이 매우 단호한 이유다. EA는 당장 내년 여름 여자 월드컵이 끝난 뒤부터 FIFA게임 시리즈 판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강공 일변도로 나섰다. 대안도 있다. EA측이 FIFA시리즈의 대체재로 밀 가칭 'EA스포츠FC'라는 이름의 축구 게임이 히든카드이자 승부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FIFA시리즈 중단의 아쉬움을 신작으로 달래며 FIFA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지다. FIFA시리즈 판매중단에 맞춰 발매할 것으로 알려진 이 게임은 지난 30년 이상 FIFA시리즈를 개발하며 축적된 EA의 축구게임 노하우와 관련 테크닉, 그리고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십분 활용한 기대작으로 알려졌다.


EA의 자신감은 1억5천만명에 달하는 방대한 유저풀과 누구다 범접하기 어려운 스포츠게임 개발 기술과 노하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일각에선 EA측이 오래전부터 FIFA와의 결별에 대비하여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온 것같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 EA는 FIFA와 재계약이 무산됐지만, 각국의 축구리그 및 구단과는 별도 계약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EA측은 “내년 출시할 축구게임은 700개 이상의 구단, 1만9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포함된 대형 축구 게임의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EA스포츠FC'에선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지만, 유저입장에선 여전히 각 국의 인기 축구팀과 선수들로 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 FIFA시리즈를 13년째 계속 즐긴다는 취업준비생 A씨(28세)는 "FIFA유저로서 FIFA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데 아쉬움은 크지만, 순수 게이머 입장에선 자신이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를 그대로 이용한다면, 축구게임의 재미가 어느정도는 유지될 것같다"고 말했다.

난감한 입장에 처한, FIFA의 다음수는
EA측이 초강수를 들고 나오자 당황해진 쪽은 FIFA측이다. FIFA게임시리즈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EA측이 결국 고개를 숙이고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EA측이 재계약 불발과 판매중단을 발표하며 강경하게 대응한 때문이다.
 

EA의 독자 노선 추구는 분명히 원래 FIFA의 의도와는 사뭇 다른 결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EA는 FIFA측도 무시할 수 없는 스폰서인 탓이다. FIFA와 연결돼 있는 그 어떤 스폰서보다 EA는 규모가 큰 FIFA의 핵심 캐시카우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뉴욕타임즈가 라이선스 계약 무산이 EA보다는 FIFA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EA는 FIFA라는 이름만 빼고 계속 게임을 개발,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FIFA는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는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EA는 이미 사실상 글로벌 축구게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 FIFA에 연간 수 천억원의 라이선스 사용료를 지불할 게임업계는 그리 많지 않다. 일각에선 텐센트 등 세계 게임시장의 큰손인 중국업체들이 미래가치를 보고 배팅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인터넷게임으로 부상한 텐센트는 2000년대 중반 지금은 메가히트작이지만, 당시엔 유망작 수준이었던 리그오브레전드(LOL) 개발사인 미국 라이엇게임즈를 대규모 배팅을 통해 인수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축구게임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EA의 아성이 그만큼 탄탄하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진다. EA는 방대한 축구게임 유저풀을 보유하고 있다. 또 최첨단 AI기술 등 스포츠게임 개발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후발 업체가 FIFA에 연간 수 천억원의 사용료를 내는 상황에 거함 EA의 장벽에 도전할 업체는 찾기 힘든게 현실이다.


난감한 입장에 놓인 FIFA측의 다음 수의 선택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결국 FIFA측이 수정안을 들고 EA와의 재협상에 나서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EA를 대체할만한 업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의 무리한 요구만 고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FIFA측이 EA와의 재협상에 실패하고, 새로운 라이선시를 찾지 못한다면 FIFA수익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제하며 "철저한 상업성으로 무장하며 세계 스포츠계 최대 단체인 FIFA가 과연 자존심을 꺾어가며 EA와의 재협상에 나설 지 매우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