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원유 등 3대에너지 수입 급증에 반도체수출 악화 가속화 영향" 분석
| ▲수출이 새해들어서도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부산항 모습<사진=연합뉴스제공> |
수출은 언제쯤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희망찬 새해를 맞아서도 수출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견고하고 늘어나는 패턴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자연히 무역수지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날로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세계 6위의 무역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무역적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여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는 우리나라가 무역을 잘했다기 보다는 경쟁국들이 더 부진했기에 어부지리로 순위가 상승한 것이다.
새해 첫 달 20일까지 수출이 감소세를 이어갔다. 넉 달째 마이너스 흐름이다. 수출은 부진한데 수입은 상승세를 계속중이다. 덕분에(?) 무역적자는 이달까지 11개월 연속 지속될게 확실시된다.
정부가 수출확대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외교'가 빛을 내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분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어 당분간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악화의 큰 흐름이 깨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작년 10월 이후 4개월째 수출 감소세 이어갈 듯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20일까지 통관 기준 수출액( 잠정치)은 총 336억2100만달러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것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감소폭이 더 크다. 8.8%나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총 16일로 지난해(15일)보다 하루 더 많다.
남은 열흘 동안 기적같은 대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1월 수출은 마이너 성장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복합위기에도 불구, 꿋꿋이 버티던 수출이 꺾인 작년 10월부터 내리 4개월째 우하향 곡선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수출이 4개월 연속 줄어드는 것은 세계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던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까지 6개월간 이어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주요국이 봉쇄령을 내리는 등 세계경제시스템 전체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유사시였음을 감안하면, 최근의 수출부진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알 수 있다.
품목별로 수출 현황을 보면 부진의 주요인은 역시 반도체다. 이달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무려 34.1% 줄었다. 이 기간에 승용차(45.7%), 석유제품(18.8%), 무선통신기기(19.7%), 선박(116.3%) 등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반도체 부진을 상쇄하지는 못했다.
반도체의 수출 감소폭은 작년 11월 28.6%, 12월 27.8%였는데, 이달엔 더 커진 것이다. 이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가 확실시된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0%를 웃돈다. 몇몇 품목의 강세만으로 수출부진의 흐름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란 의미이다.
철강제품(-11.2%), 정밀기기(-9.9%), 컴퓨터 주변기기(-44.9%), 가전제품(-47.5%) 등의 수출액도 1년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수출 감소세에 영향을 줬다. 특히 세계 시장을 장악한 가전 수출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감소하며 부진의 깊이를 더했다.
중국 이어 베트남 수출도 감소세 전환 눈길
국가별로는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이 약세를 이어갔다. 전년동기 대비 무려 24.4% 감소했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웃돈다. 작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20대 수출국 중 중국의 비중은 23%가 넘는다. 이런 사실에 비춰 대중(對中)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게 수출 침체의 가장 큰 요인이다.
대중 수출의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7개월째 계속됐는데, 이달까지 8개월 연속 감소를 예약한 상태다. 대중 수출부진은 중국 경제가 역대급으로 침체된데다가 코로나재확산 여파 등으로 심각한 수요 위축에 허덕이고 있는 시장분위기 탓이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상당부분을 커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경기침체가 우리나라의 반도체수출 감소와 전체수출 감소, 무역수지 악화 등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워낙 커서 다른 나라의 수출이 크게 늘어도 대중 수출이 줄어들면 별 소용이 없다"고 전제하며, "정부의 수출국 다변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당장에 수출회복과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선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강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함께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13.3%)과 대만(-27.5%) 등도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3위 수출국으로 그간 견고한 증가세를 보여왔는데, 이달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18.1%), 유럽연합(EU·16.7%), 일본(3.3%) 등에 대한 수출은 늘었다.
이처럼 수출이 전반적인 약세를 이어간데 반해 수입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들어 20일까지 총 수입액은 438억85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수입 증가세의 주 요인은 3대 에너지원이다. 올겨울 들어 강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에너지 수입 증가세가 전체 수입이 늘어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대중 무역적자 가중...11개월 연속 적자 확실시
이달 20일까지 3대 에너지원인 원유(53억8300만달러), 가스(45억8100만달러), 석탄(17억5400만달러) 등 3대에너지원의 합계수입액은 117억18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101억100만달러)보다 16.0% 증가했다. 원유(11.3%), 가스(14.1%), 석탄(40.5%) 등 모두 두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했다.
국가별 수입은 중국(9.7%), 미국(10.1%), EU(14.3%), 호주(23.3%) 등이 두자릿수 대의 증가율을 나타냈고 일본(-7.3%), 대만(-3.3%) 등은 줄었다. 호주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은 가스, 석탄 등 에너지수입 비중이 높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 부진과 수입 강세의 영향으로 무역수지는 새해 첫 20일만에 102억6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종전 역대 최대 적자였던 작년 8월(94억3천500만달러)을 넘어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기록을 세웠던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5억달러)의 22%에 해당하는 적자를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기록한 셈이다. 남은기간 수출입 실적에 따라 1월 적자 규모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설연휴가 1월말에 몰려 수입보다는 수출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1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작년 3월 14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무역적자는 이후 지난달까지 10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 중국 무역적자가 심각한 양상이다. 이달 1∼20일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32억4400만달러 적자로 총 무역적자의 30%에 육박한다. 대중 무역적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작년 5∼8월 4개월 연속 적자에서 9월 잠시 흑자로 돌아섰던 대중 무역적자는 10월부터 적자 폭이 커지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지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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