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의 可타否타]FIFA의 대탐대실(大貪大失)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3 17:11:03
  • -
  • +
  • 인쇄

세계 축구계를 좌지우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와 세계 축구게임 시장을 석권한 일렉트로닉아츠(EA)의 관계가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듯하다. FIFA와 EA의 게임라이선스 연장 계약이 결렬되면서 FIFA는 FIFA대로, EA는 EA대로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극적 타협의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기엔 양측이 너무 멀리 왔다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대로라면 불멸의 스포츠게임 히트작인 'FIFA시리즈'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된다.


FIFA는 이름 자체가 축구를 대변할 정도로 임팩트가 강한 단체다. 올림픽을 능가하는 지구촌 빅이벤트로 분류되는 월드컵을 비롯해 국가대표 A매치, 각종 대륙별대회 등 굵직굵직한 대회를 주관하며, 세계 각국의 축구계를 쥐락펴락한다. FIFA는 분명 축구 단체임에도 단순히 축구만이 아닌, 축구 그 이상의 묘한 존재감을 지닌 기이한(?) 단체다. 현재 FIFA의 가입국수는 211개다. 1904년 설립된 FIFA의 역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보다 딱 10년이 짧지만 회원국수는 IOC(206개)보다 5개가 더 많다. 국제연합(UN)의 회원국수도 193개에 불과하다. 국제 사회에서 FIFA회장이 IOC위원장보다 입김이 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말 다했다.


FIFA는 특히 아마추어 정신을 강조하는 IOC나 국제평화와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UN과 달리 철저히 상업성으로 무장된 거대조직으로 정평이 나있다. 사기업 못지않게 영리를 집중적으로 추구하는 단체다. 심하게 말하면, '이익을 위해선 무슨 일이든 다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컵 등 FIFA주관 축구 이벤트의 인기로 FIFA는 막대한 부를 창조해왔다. 올림픽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월드컵을 무기로 대형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엄청난 광고협찬을 받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것마저 성에 안차는 듯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을 2년으로 줄여 수익을 더 늘리려고 추진하다 선수들의 혹사 등의 문제로 온갖 비난을 듣고 포기했던 게 FIFA다.


게임계라고 예외일 리는 없다. EA로부터 매년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라이선스 이용료 명목으로 받아왔던 게 이번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EA는 사실 'FIFA'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엄밀히 말하면 단순 네이밍 스폰서임에도 매년 FIFA측에 천문학적인 이용료를 지불해온 것이다. 물론 EA역시 30년 가까이 판매해 온 FIFA시리즈 덕택에 20조원이 넘는 누적매출을 올렸다. 한 때 세계 축구게임을 양분해온 강력한 라이벌, 일본 코나미의 '위닝일레븐 시리즈'를 제치고 축구게임시장을 석권한 것도 'FIFA라이선싱' 효과가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FIFA의 지나친 욕심이 결국엔 화를 부르고 말았다. '이름값'으로는 무리한 욕심을 채우려던 FIFA의 요구를 EA가 끝내 거절하면서 EA의 FIFA시리즈가 '골동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물론 다양한 상술이 특기인 FIFA측이 EA와 결별했다고해서 손놓고 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자신들의 잇속을 챙길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미 FIFA측이 내년 카타르월드컵을 주제로한 게임을 내놓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에 맞서 EA 역시 'FIFA'란 타이틀이 빠진 새로운 축구게임을 내년 월드컵 시즌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EA의 FIFA시리즈 중단이 향후 축구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EA의 축구게임 노하우와 기술이 막강하고 300개 이상의 축구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는하나 한참 잘나가던 스포츠게임이 관련단체와의 라어선스협상 결렬 이후 인기가 급격히 사그러진 전례는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FIFA 역시 자신들을 과대평가해선 곤란하다. EA의 FIFA시리즈의 인기는 타이틀 보다는 게임자체의 작품성에서 비롯된 것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누구나 'FIFA타이틀'을 이용한 축구게임을 만든다고, 기존 FIFA시리즈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릴 것이란 생각은 오판이자 오만일 수 있다. 유명한 스포츠라이선스를 이용해 게임을 개발했지만,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진 게임은 비일비재하다. 속담에 대탐대실(大貪大失)이란 말이 있다. 영어로는 'all covet, all lose.' 정도로 표현된다. 모든 것을 탐내다간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의미다. EA를 상대로 탐욕을 드러내다 결국 이별을 통보받으며 파국을 맞이한 FIFA측이 자칫 대탐대실하지 않을 지 걱정이 앞선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