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은 총재가 13일 '빅스텝'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IMF 외한위기에서 벗어난 1999년 기준금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첫 '빅스텝'이다. 그동안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의 이른바 '베이비스텝'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이번 빅스텝으로 기준금리는 4월, 5월에 이어 3차례 연속 올랐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75%에서 연 2.25%로 급반등했다. 연 2.25%의 기준금리는 2014년 8월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한은이 사상 최초로 빅스텝을 밟은 것은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물가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방증이다. 물가는 지난달에 이미 6%벽을 돌파했고 머지않아 7%를 넘어 8%까지 위협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대적인 금리 인상으로 한미간의 기준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을 막아보려는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한미간 금리 역전은 해외 자본이 대량 이탈하는 현상을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
기준금리 연 2.75%대 오를 가능성
이제 관심은 과연 기준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상승하느냐는 점이다. 추가 인상은 이미 확실시되고 았다. 한은이 만약 2연속 자이언트스텝이 예상되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금리를 올린다면, 인상 폭은 예상보다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체로 앞으로 0.5% 정도 더 올릴 것이란 견해가 많다. 그러나 일각에선 연말경 국내 기준 금리가 현재보다 0.75%포인트 높은 연 3.0%에 진입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극도로 위축된 소비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대폭적인 금리 인상은 가계의 대출 이자 압박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이는 결국 실질 소득의 감소 효과로 이어져 소비를 억제시키기 마련이다. 경기후퇴, 즉 'R(recession)의 공포'가 국내서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면 해제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아가던 자영업계의 분위기는 침통하다 못해 암울하다. 치솟는 물가는 점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금리마저 대폭 인상돼 앞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탓이다.
설상가상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재유행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추세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종인 BA.5로 3차 대유행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확진자 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3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4만266명 늘어 누적 1860만2109명이 됐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수가 4만명대로 껑충뛴 것은 63일만이다.
코로나확진자 다시 급증, 재유행 조짐
한덕수 국무총리는 13일 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전파력이 빠르고 면역 회피 특성이 있는 BA.5 변이가 확산, 예상보다 빨리 재유행이 시작됐다"고 전제하며 8월 중순에서 9월말 하루 최대 2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토대로 4차접종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현재 60세 이상과 면역 저하자에 한정된 4차 접종 대상을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확대한다"면서 "다만 현재로선 거리두기 규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행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경우 선별적·단계적 거리두기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 밝혀 언제든 거리두기 규제는 재개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자영업계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가뜩이나 원재료값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마당에 대출 금리 부담이 가중되고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돼 매출이 더 줄어들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상인 A씨(62세)은 "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IMF, 금융위기까지 다 겪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최근 몇 년간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그런데 물가급등과 대폭의 금리인상으로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에서 프렌차이즈 음식점을 하는 상인 B씨(59)는 "3년전 그동안 모아든 자본에 퇴직금까지 더해서 자영업에 뛰어들었는데, 너무 후회된다"며 "코로나 팬데믹에도 겨우겨우 견뎌왔는데, 주변에서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이란 얘기가 많아 폐업을 검토중"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 최악의 상황인데, 앞으로 자영업에 대한 대출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란 점도 자영업자들을 더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권이 3분기 소상공인을 비롯한 기업 대상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은 금리까지 오른 상황에 10월부터 '코로나 대출' 상환이 시작되는 만큼, 차주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 더욱 까다롭게 다뤄 대출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자영업자 줄파산 대응책 서둘러 마련해야
문제는 이러한 자영업의 위기는 장차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개인 파산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13일 법원행정처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개인파산 신청은 총 2만553건으로, 이중 60대 비중이 30%(29.4%)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22.1%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8%포인트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70대 이상의 비중도 5.6%에서 8.3%로 늘었다.
김한정 의원은 "고물가·저성장의 스테그플레이션에 고금리, 고환율로 서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특히 자영업 전선에 많이 뛰어든 60대 이상 고령층의 개인 파산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졌다. 갈수록 궁지로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선 손실보전과 같은 단순한 정부 지원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서민 경제를 근원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정부의 세심한 민생안정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할 때"라고 전제하며 "자영업, 나아가 가계의 파산이 급증하지 않도록 최근의 복합위기에 대응, 연착륙 대책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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